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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일레븐=바르샤바/폴란드)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에게 붙은 별명 중 재미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것이 ‘난사왕’이다. 호나우도는 슛 시도 횟수가 유독 많은 선수 중 하나다. 골문과의 거리에 상관없이 직접 득점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보통 선수라면 지탄받을 일이지만 호나우도의 중거리슛은 웬만한 선수의 문전 슛보다 위력적일 때도 있기에 비판보다는 감탄이 주된 반응이다.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득점 능력이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실속없는 난사에 그치지 않고 득점을 해낼 때 비로소 호나우도는 그 경기의 왕이 된다. 그러나 유로 2012 체코전에서 그는 가까스로 왕이 됐다. 22일(한국 시각) 오전 폴란드 바르샤바의 바르샤바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유로 2012 8강전에서 포르투갈이 체코에게 1-0 승리를 거뒀다. 후반 34분 호나우도가 날린 다이빙 헤딩슛으로 승부가 갈렸다.
▲ 유로 2012 핫 플레이어 -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
호나우도의 초반 분위기는 불길했다. 체코의 거센 수비에 막힌 포르투갈은 좀처럼 활로를 뚫지 못했고, 호나우도는 가까스로 자신에게 넘어온 패스가 부정확하자 펄쩍 뛰어오르며 강하게 아쉬워하기도 했다. 전반 20분쯤이 되어서야 그에게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고 왼쪽 측면부터 중앙으로 파고드는 특유의 패턴이 연출됐다. 그의 득점 시도는 전반 내내 계속됐는데 멋진 슛을 날렸으나 그 전에 파울이 선언되는가 하면 오버헤드킥은 골문 옆으로 빗나갔다. 전반 종료 직전 날린 터닝슛이 골대에 맞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에도 호나우도의 공격은 계속됐다. 후반 중반부터는 문전 침투 빈도가 더욱 높아졌다. 아예 공격수로서 문전에서 어슬렁거리는 장면이 많았고 그럴 때는 동료 공격수 알메이다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며 호나우도의 움직임에 맞춰 줬다. 그는 패스가 날아오는 방향에 맞춰 끝없이 움직였는데 약간씩 호흡이 맞지 않거나 마무리가 부정확해 포르투갈의 공격은 답답해졌다.
그의 집념은 후반 34분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영리한 선수 무팅요가 오른쪽으로 빠져나간 뒤 재빨리 크로스를 올렸다. 반대쪽에서 달려들던 호나우도는 낙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한 뒤 자신의 마지막 무기인 헤딩을 구사했다. 다이빙 헤딩으로 골망을 가른 그는 곧장 사이드라인으로 달려갔고, 자신의 가슴팍을 오른손으로 두들기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벌렁 누운 무팅요를 지나쳐 카메라를 먼저 향한 호나우도는 아들에게 보내는 듯한 잼잼 세리머니를 펼쳤고, 이어 느끼한 미남답게 키스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후 체코는 공격 자원 페카르트를, 포르투갈은 수비 강화를 위해 쿠스토디우와 롤란두를 투입했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호나우도와 함께 상대 진영을 흔들어줘야 할 나니가 다소 부진했기에 호나우도는 더 집요하게 난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로부터 결실을 내야 포르투갈이 이길 수 있었는 경기였다. 이번에도 그의 난사는 아무에게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다.
글=김정용 기자(redmir@soccerbest11.co.kr)
사진=PA(www.pressassoci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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