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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춘천)
조금만 수틀리면 감독 나오라는 구호가 나오는 것이 최근 K리그 서포터즈의 트랜드인가 보다. 이번에는 안방에서 6연패를 당한 강원FC 서포터즈가 단단히 화가 났다. 3일전 최용수 감독을 버스에서 끌어내려한 FC 서울 서포터즈와 마찬가지로 경기장을 떠나려는 버스를 막아 세우더니 급기야 김 감독을 불러 내어 약속과 사죄를 요구했다.
23일 저녁 7시 춘천 스포츠타운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이하 K리그) 17라운드에서 강원이 수원 삼성에게 1-4로 대패했다. 경기 내용은 이론의 여지없는 졸전이었다. 후반 37분 김은중의 페널티킥 골로 영패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수원의 강력한 공격력 앞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안방에서 6연패를 당했고, 이 날 패배로 강등권인 15위로 추락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 감독은 어두운 표정으로 “안방에서 이렇게 많은 실점을 내주고 완패하다니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강원에서 가장 괴로운 마음을 품고 있을 이의 짙은 한숨이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경기장 밖에서는 서포터즈는 “김상호 나와라”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사실 강원 서포터즈는 이 날 수원전에서 작심한 듯 김 감독과 선수단을 압박했다. 서포터즈석 난간에 ‘김 감독! 선수들! 팬들 가슴에 피눈물납니다. 必死卽生(필사즉생) 정신으로 축구하세요!’라는 대형 걸게를 붙여놓았다. 시즌 개막전 대대적 투자로 전력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순위가 하락하더니 최하위권까지 몰린 선수단을 질타하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수원전마저 무기력하게 패했으니 팬심이 뒤틀린 것은 불보듯 뻔했다.
고성으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서포터즈의 집단 행동에 급기야 김 감독이 불려나왔다. 김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서포터즈에게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당장 무어라 얘기하는 것은 힘들다. 나는 괜찮아도 경기를 막 끝낸 선수들은 무척 피곤하기 때문이다. 내일 서포터즈 임원들과 구단 사무실에서 직접 만날 의향이 있으니 내일 다시 얘기하자”라고 읍소했다.
화가 단단히 난 서포터즈의 귀에 이 말이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서포터즈는 “지금 당장 입장을 밝혀달라. 최소한 강등 여부만이라도 말하라”라고 김 감독을 더욱 몰아세웠다. 김 감독은 “강등 안 당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고, 남종현 대표이사까지 가세해 팬들을 자제시킨 후에야 해산했다.
한 강원 서포터는 취재진에게 “ 우리는 당장 감독을 교체하자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너무 무기력하다. 이를 보다 못해 이렇게 나서게 됐다”라며 해명했다. 헤어질 때는 박수치며 선수단 버스를 보냈으니 마지막은 나름 훈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태도는 옳지 못하다. 갑갑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렇게 감독과 선수단을 뒤흔드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외려 패배에 풀 죽은 선수단이 잔뜩 기죽을까 걱정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김동하 기자(kimdh@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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