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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생각보다 일찍 만났다. 사상 첫 메이저대회 3연패를 노리는 스페인과 세대교체로 다시 태어난 ‘레 블뢰 군단’ 프랑스가 8강전 외나무다리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대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온 두 팀인데다, 그라운드에 설 22명의 이름값 모두 묵직하다. 여기에 둘 사이의 메이저대회에서 있어 온 묘한 징크스까지 얽혀 유로 2012 8강전 최대 빅매치라 불릴 만하다. 승자는 오는 28일 새벽(이하 한국 시각) 포르투갈과 벌일 준결승에 나설 티켓을 거머쥐지만, 패자는 곧장 씁쓸한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 유로 2012 8강 제3경기 스페인 vs 프랑스
2012년 06월 24일 03시 45분, 돈바스 아레나
▲ 관전 포인트
무적함대는 예상대로 순항을 이어 왔다.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강호 이탈리아와 1-1 무승부를 거뒀으나 이후 아일랜드와 크로아티아를 연파하며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빠르고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의 위력은 여전했다. 푸욜이 부상으로 빠졌어도 라모스-피케를 중심으로 한 수비도 견고함을 잃지 않았다. 덕분에 스페인은 조별 리그에서 최다 득점(6골)과 최소 실점(1골)을 기록하며 우승 후보 0순위다운 모습을 보였다.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제로톱 전술의 구사다. 당초 간판 원톱 공격수 비야가 빠지면서 토레스 혹은 요렌테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 봤다. 그러나 델 보스케 감독은 예상을 깨고 파브레가스를 '팔스 나인'(False 9: 가짜 공격수)으로 세우며 전방 스위칭-패스 플레이로 공격력 강화를 꾀했다. 완벽한 성공이라 말하긴 어려워도 새로운 공격 옵
션으로서 힘은 충분하다. 더불어 토레스까지 살아나면서 원톱-제로톱의 동시 구사가 가능해져 상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프랑스전에서도 조별 리그와 동일한 베스트11이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과 경고 누적 결장도 없다. 토레스(원톱)와 파브레가스(제로톱) 둘 중 누가 먼저 선발로 나설지에 따라 전술이 약간 바뀌는 정도다. 일단은 토레스를 통한 정공법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고, 체력이 떨어진 후반 파브레가스를 투입해 빠른 전방 패스 플레이로 결정타를 날릴 것으로 보인다.
조별 리그 내내 잘나갔던 스페인과 달리 프랑스는 우승 후보답지 못했다. 세 팀이 물고 물린 덕분에 간신히 1승 1무 1패(승점 4)로 8강에 올랐으나, 우크라이나전 승리(2-0)을 제외하면 모두 고전한 양상이었다. 특히 조별 리그 최종전에선 스웨덴에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0-2로 패해 큰 실망을 안겼다. 벤제마를 축으로 리베리-나스리가 지원 사격을 벌인 공격진은 엇박자를 탔고, 믿었던 수비도 다소 흔들렸다. 토너먼트에 들어선 만큼 한 단계 향상된 경기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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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 리그에선 4-3-3과 4-2-3-1 포메이션을 번갈아 구사해 왔다. 스페인은 미드필드가 강하고 공격의 무게 중심 역시 측면보다는 중앙에 놓인다. 따라서 이번엔 프랑스도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놓는 4-2-3-1 포메이션으로 중원을 두텁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경고 누적으로 빠지는 주전 수비수 멕세의 빈 자리는 코시엘니가 대신한다. 부상으로 스웨덴전에 결장했던 카바예가 회복했고, 가벼운 부상을 입었던 리베리와 나스리도 스페인전 출격에는 문제가 없다.
상대가 세계 최강이라 해도 두렵지는 않다. '기분 좋은 징크스' 때문이다. 프랑스는 스페인을 맞아 월드컵·유로 두 메이저 대회에서 5승 1무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벤제마·나스리·메네스·벤 아르파 등은 2004년 U-17(17세 이하) 유럽 선수권대회에서 스페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주역들이기도 하다. 스페인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향상시킬만한 대목이다. 블랑 감독도 "스페인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물러나는 대신, 우리만의 경기를 가져갈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문제는 단결력이다. 앞선 두 차례 유로 재패 당시 프랑스는 플라티니(1984년)와 지단(2000년)이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를 중심으로 하나가 됐다. 반면 현재 레 블뢰 군단에는 구심점이라 할 만한 존재가 없다. 그 때문인지 스웨덴전 완패 직후 라커룸에선 심각한 분란도 일어났다. 당시 디아라와 나스리가 말다툼을 벌였고, 싸움을 말리던 블랑 감독에게 벤 아르파가 대드는 일까지 벌어진 것. 결전을 앞두고 뒤숭숭한 팀 분위기를 어떻게 추스를지가 관건이다.
▲ 키 플레이어
스페인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조별 리그에서 MOM(Man of the Match: 경기 MVP)에 두 차례 선정된 건 이니에스타가 유일하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의 이번 대회 활약상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제로톱 전술에선 사실상 핵심적 존재다. 상대의 밀집 수비 속에서도 공을 간수하는 능력은 최고다.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 정확한 전진 패스와 크로스 역시 돋보인다. 특히 그가 사비-파브레가스-실바 등과 펼칠 연계 플레이는 프랑스를 무너뜨릴 스페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프랑스 : 카림 벤제마
이제는 골이 터질 때가 됐다.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 주는 원톱 구실을 했으나, 정작 조별 리그에선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탁월한 결정력과 창의적 문전 센스를 겸비한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전방에서 그가 공격의 방점을 찍지 못한다면, 프랑스는 어려운 경기를 풀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 내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큰 만큼, 단 한 번 찾아온 기회를 골로 연결시키는 '원샷 원킬' 본능의 발휘가 필요하다.
글=전성호 기자(spree8@soccerbest11.co.kr)
그래픽=송경미
사진=PA(www.pressassoci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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