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8일 월요일

아주리의 우승 가능성을 판단할 기회







(베스트 일레븐)

이탈리아는 두 가지 다른 의미로 벼랑 끝에 서 있다. 하나는 눈앞의 생존이다. 딱히 위험한 정도는 아니지만 승리하더라도 8강 진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좀 더 거시적이다. 아주리 군단의 꿈이 겨우 8강 진출 정도일 리 없다. 당연히 우승이다. 유럽 정상에 서기 위해선 강력한 수비와 더불어 걸맞은 득점력도 필요하다. 전자는 확인됐으나, 후자는 미지수다. 마지막 상대는 단단했던 방패가 깨져 버린 아일랜드. 이들을 상대로 어떤 창술을 보일지는 아주리 군단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 유로 2012 C조 조별 라운드 3차전 이탈리아 vs 아일랜드

2012년 06월 19일 03시 45분(한국 시각), 포즈난 시립경기장

▲ 관전 포인트


이탈리아는 준수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득점력 부족에 시달리며 앞선 두 경기를 모두 무승부로 마쳤다. 자력 8강 진출은 불가능하나 상황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같은 시간 열리는 크로아티아-스페인전에서 승패가 갈린다면 8강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무승부로 끝날 경우엔 팀 간 다득점을 따져야 한다.

최악의 경우 두 팀이 2-2로 경기를 끝마치면 동률 승점에 대한 대회 규정에 의해 이탈리아는 무조건 탈락한다. 물론 이 모든 건 아일랜드전에 이겼을 때 얘기다. 비기거나 패하면 이탈리아는 무조건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일단 아일랜드를 최대한 큰 점수 차로 꺾고 반대편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대회 직전 단행한 스리백 전환이 일단 성공적이다. 중앙 수비수로 변신한 다니엘레 데 로시(AS 로마)를 중심으로 유연한 수비 전술이 돋보인다. 미드필드 역시 탄탄하다. 중원 사령관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는 압도적 기량을 선보이며 경기를 지배하고 있고, 티아고 모타(PSG)와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유벤투스)도 여전히 단단하다.

앞서 지적했듯 최전방에서 공격의 방점을 찍는 힘이 부족하다. 안토니오 카사노(AC 밀란)-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 투톱의 공격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탓이다. 카사노의 경우 플레이 자체는 좋으나 심장병을 앓은 탓에 풀타임 소화가 불가능하고, 발로텔리는 정신적으로 흔들리며 문전에서 조급증을 드러내고 있다. 목표인 우승을 위해선 강한 수비 못잖은 공격이 필수다. 흔들리는 아일랜드 수비를 상대로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일랜드는 이미 2패로 8강 탈락이 확정됐다. 10년 만의 메이저 무대 복귀였기에 실망이 크다. 그만큼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마지막 경기에서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도 "이탈리아전에서는 고개를 든 채 경기장을 나서겠다"라며 조국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이른 시간 실점을 막아야 한다. 크로아티아와 스페인을 상대로 모두 경기 시작 5분도 채 안 돼 골을 내줬다. 자신감에 찬물을 끼얹는 대목이다. 결국 유로 본선 직전 14경기에서 3실점에 불과했던 단단한 방패는 힘없이 무너졌고, 각각 1-3, 0-4의 대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빈약한 공격력과 이탈리아의 강력한 수비를 고려했을 때 선제 실점은 곧바로 패배와 직결된다.

최전방 공격수 로비 킨(LA 갤럭시)과 측면 미드필더 에이든 맥기디(스파르타크 모스크바)-데미안 더프(풀햄)도 살아나야 한다. 이들이 아일랜드 공격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앞선 두 경기와 같은 부진이 또다시 반복된다면 희망은 없다.

▲ 키 플레이어

- 이탈리아 : 마리오 발로텔리





이탈리아 공격진의 최대 딜레마다. 부상으로 빠진 간판 공격수 쥐세페 로시(비야 레알)를 대체할 사실상 유일한 자원이다. 압도적 피지컬과 탄력을 앞세운 재능만큼은 최고, 하지만 시한폭탄 같은 불안한 멘탈이 문제다. 크로아티아전에서도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다섯 번의 슈팅을 날렸으나 단 한 차례도 골문을 향하지 못했다.

스페인전 선제골을 넣었던 안토니오 디 나탈레(우디네세)가 대안일 수 있지만, 그는 체력 문제를 고려할 때 조커로서 더 적합하다. 이탈리아가 8강 진출을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보기 위해선 발로텔리가 반등의 주춧돌을 만들어야 한다. 변수는 최근 훈련에서 무릎 부상을 입어 아일랜드전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 만약 발로텔리가 정말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키 플레이어의 위치는 자연스레 그를 대신할 것이 디 나탈레가 될 것이다.

- 아일랜드 : 에이든 맥기디

믿었던 맥기디의 부진은 아일랜드가 대회 첫 8강 진출 실패라는 멍에를 뒤집어 쓴 가장 큰 이유다. 앞선 두 경기 내내 위축된 모습이었다.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드리블을 앞세운 돌파가 실종됐고, 움직임에도 날카로움이 없었다. 실질적 '에이스'답지 않은 활약은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낳았다. 반대 측면의 더프가 힘을 잃었고, 최전방의 킨 마저 고립됐다. 또다시 맥기디가 휘청거린다면 아일랜드를 기다리고 있는 건 비참한 결과뿐이다.

글=전성호 기자(spree8@soccerbest11.co.kr)

그래픽=유내경

사진=PA(www.pressassociation.com)



<인기기사>

▶[크로아티아ⓥ스페인] 나홀로 '생존' 혹은 극적인 '공존'

▶[이탈리아ⓥ아일랜드] 아주리의 우승 가능성을 판단할 기회

▶스페인, 伊 언론 '스페인-크로아티아 담합설'에 발끈

▶아르샤빈, 탈락 책임두고 러시아 팬과 언쟁…대표 박탈될수도

▶'죽음의 조' 생존자는 독일과 포르투갈

대한민국 축구 언론의 자존심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일레븐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