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수원과 제주 경기에서 자살골이 나오자 제주 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
[풋볼리스트=서호정기자] 대회가 한창인 유로2012를 관통하는 새로운 전술의 등장이 있다. 바로 제로톱이다. 스페인 대표팀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더를 최전방에 끌어올려 공격수처럼 쓰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트라이커로 포진되는 선수는 가짜 9번(False 9)으로 불리며 미드필더와 공격수 역할의 경계에 선다.
16라운드 K리그에는 두팀이 제로톱 전술을 들고 나왔다. 포항과 제주는 각각 플레이메이커인 황진성과 산토스를 최전방에 두고 경기했다. 비록 90분 내내 제로톱 전술을 가동하진 못했지만 두팀은 파격과 변칙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포항은 홈에서 서울을 잡으며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쐈다. 제주는 수원 원정에서 자책골로 리드를 허용하고도 후반 동점골을 넣으며 승점 1점을 챙겼다.
전북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제로톱보다 무서운 닥공이다. 15라운드에 제주 원정에 가서 3-1 승리를 거뒀던 그들은 올 시즌 홈에서 떠올리기 싫은 역전패를 안겨준 대구와의 원정에서도 5-1 대승을 거뒀다. 서울과 수원이 주춤거리는 사이 순식간에 승점을 챙긴 전북은 2위로 뛰어올랐고 선두 서울을 승점 1점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부산은 성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다시 질식수비를 가동하며 1-0으로 승리, 울산과 승점 차 없는 6위를 유지했다. 울산은 경남 원정에서 2-3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전 몸을 풀다가 부상을 당한 곽태휘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남은 후반 막판 맹공세를 펼치며 대어 울산을 잡고 2연승에 성공했다.
전남은 대전 원정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후반 초반 김형범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며 최근 무서운 대전 돌풍에 휩쓸려가는가 했지만 깜짝 선발 출전한 골키퍼 류원우의 선방으로 위기를 면했고 신영준이 프리킥 결승골을 터트리며 1-0으로 승리했다. 상주도 후반 45분까지 강원에 0-1로 뒤진 상태였지만 박상희 일병이 추가시간 3분 사이 2골을 몰아치며 2-1 역전승을 거뒀다. 갈 길이 바쁜 광주와 인천은 0-0 무승부로 함께 한숨을 쉬어야 했다.
※ 2012 현대오일뱅크 K리그 16R 어워즈
▲ 최고의 11인 (TEAM OF THE ROUND)
GK: 류원우(전남) 유스팀인 광양제철고 졸업 후 쟁쟁한 선배들에게 가려져 빛 볼 일이 없던 만년 후보 골키퍼는 자신의 올 시즌 첫 출전이자 통산 두번째 K리그 경기에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후반 페널티킥을 선방하고 케빈을 앞세운 대전의 맹공을 완벽히 차단, 사흘 전 홈에서 0-3 완패를 당한 팀을 회생시켰다.
RB: 전광환(전북) 지난해 최철순의 자리였던 전북의 오른쪽 측면 수비에 새롭게 등장한 별. 내실 있는 수비와 집중력, 그리고 공격 가담 시 보여주는 예리한 크로스로 이흥실 감독대행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구전에서도 안정된 활약을 보여주며 닥공을 뒷받침했다.
![]() 17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부산 대 성남 경기. 부산 이경렬(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선취골을 터뜨리고 한지호 이종원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CB: 이경렬(부산) 에델과 함께 부산 질식수비의 견고한 벽으로 자리매김했다. 더군다나 성남전에는 후반 15분 골까지 넣었다. 시즌 첫 골을 팀의 1-0 승리의 골로 기록하며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CB: 김광석(포항) 현재 K리그에서 가장 지능적인 수비수 중 한 명. 데얀, 몰리나에 김현성까지 더해져 기술, 속도, 높이의 삼박자로 덤빈 서울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침착하게 막아냈다. 파트너인 조란을 조련하며 자신도 데얀, 몰리나 등에 대한 단단한 맨마킹을 보여줬다.
LB: 김대호(포항) 2년 넘게 지속된 포항의 서울 징크스를 깬 주인공. 후반 13분 황진성의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했고, 그의 프로 데뷔골이 긴 부진에 시달리던 팀을 구해내는 결승골이 됐다. 기동력과 파워를 장착한 풀백으로 왼쪽 수비에 대한 황선홍 감독의 고민을 깨끗이 날려주고 있다.
DM: 이용래(수원) 제주의 에이스 산토스에 대한 봉쇄를 주문 받았고 90분 간 철저한 마크를 펼쳤다. 산토스는 슈팅 단 1개의 저조한 기록만을 남겼다. 이용래는 전반 24분 코너킥으로 상대 자책골까지 유도했다.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용래가 보여준 다양한 재능은 눈길을 모았다.
LM: 신영준(전남) 지난해 연습생 돌풍을 일으키며 깜짝스타로 올라섰던 신영준은 동계훈련 중 입은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에도 좀처럼 자리 자리를 찾지 못하던 신영준은 대전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고 후반 36분 왼발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ACM: 박상희(상주)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후반 41분 실점하며 패색이 짙었던 상주는 후반45분과 추가시간에 터진 박상희의 연속골로 3분 만에 2-1 역전승을 일궈냈다. 성남 시절 플레이 스타일이 흡사해 ‘제2의 김정우’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상희는 프로 3년 차에 데뷔골을 포함 2골을 터트리며 승리의 별이 됐다.
RM: 에닝요(전북) 대구 원정에서 전북이 5골을 폭발시키는 동안 1골을 넣는 데 그쳤으나 경기 내용 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5개의 슈팅 중 4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고 연계플레이에도 큰 기여를 했다. 에닝요마저 살아나며 전북은 좌 드로겟, 우 에닝요의 화려한 양날개를 펼쳤다.
SS: 까이끼(경남) 전방에 김인한이 투입되면서 그 아래에서 프리롤을 맡게 된 까이끼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 까이끼는 곽태휘가 빠진 울산 수비를 파고들며 1골 1도움을 올렸고 경남의 극적인 3-2 역전승 이끌었다.
ST: 정성훈(전북) 전반기에 임시적인 포지션 변경과 짧은 출전 시간으로 경기력이 급하락했던 정성훈은 A매치 휴식기를 마친 뒤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5라운드 제주 원정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이동국 없는 최전방을 이끌었던 그는 16라운드 대구전에서는 후반27분 이동국을 대신 투입돼, 20여분의 짧은 시간 동안 또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SUB: 박호진(광주), 강민혁(경남), 노병준(포항), 드로겟(전북), 고차원(상주), 김인한(경남)
▲ 최고의 경기 (MATCH OF THE ROUND) | 상주 2-1 강원
상주는 올 시즌 안방에서 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라운드까지 원정에서는 승점 8점을 챙겼지만 홈에서는 승점 3점을 얻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리그 4연패로 대전에 밀려 강등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벼랑 끝에서 그들이 만난 팀은 11라운드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던 강원. 두 팀은 최근 부진으로 강등권 추락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 진정한 진검승부였다. 승점 3점에 대한 강한 각오로 경기에 나선 상주는 주도권을 잡고도 좀처럼 골망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41분 장혁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상주의 수사불패 정신이 빛을 발휘했다. 후반 16분 교체 투입된 박상희는 후반 45분, 그리고 추가시간 막판에 방대종과 고차원의 패스를 골로 연결하며 3분 사이에 경기를 뒤집었다. 상주 홈 팬들에겐 그 3분여가 최고의 짜릿함을 준 시간. 상주는 올 시즌 두번째 홈 승리를 거두며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도리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상주에게 13위 자리를 내 준 강원이 됐다.
▲ 최고의 감독 (MANAGER OF THE ROUND) | 황선홍
올 시즌 포항은 기복 심한 플레이와 결과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마지막에 승점 1점을 확보하지 못해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K리그는 9위로까지 떨어졌었다. A매치 휴식기 동안 황선홍 감독은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며 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았고 토론회 결과 나온 것은 지난 시즌 보여준 포항의 색깔을 되찾는 것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은 최전방 공격이 약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도 찾아 나섰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번 유로2012에서 스페인이 가동하고 있는 제로톱의 변형 전술. 지난 2년 간 승리가 없는 서울을 상대로 황선홍 감독은 과감히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드필더인 황진성을 파브레가스처럼 최전방에 세운 것. 후반 들어서는 고무열을 원톱을 놓으며 다시 포진을 바꿨지만 이 깜짝 카드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FA컵 맞대결에서 깜짝 스리백 카드를 들고 나와 접전 끝에 서울에 승리를 거뒀던 황선홍 감독은 이날도 1-0으로 승리, 대서울전 리그 5연속 무승의 고리를 끊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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