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하마터면 '장기멘붕'으로 이어질 뻔한 '뜬공 실책'

[OSEN=인천, 강필주 기자]어이 없는 장면이 승부의 향방을 미궁으로 빠뜨릴 뻔 했다. 만약 경기까지 내줬다면 집단 멘탈붕괴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롯데로서는 불행 중 다행이었던 해프닝으로 여기게 됐다.

2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롯데의 경기. 롯데가 2-0으로 SK를 압도하던 4회말 사단이 벌어졌다. 3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던 롯데 선발 유먼이 흔들렸다. 선두타자 박재상에게 2루타를 맞더니 최정에게 볼넷, 이호준에게 빗맞은 중전안타를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유먼은 곧 냉정을 찾았다. 박정권을 헛스윙 삼진으로 낚은 후 김강민마저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무사 만루가 2사 만루로 바뀌었다. 한껏 달아오른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조인성의 타석. 조인성은 1볼에서 2구째를 노려쳤다. 하지만 타구는 내야 높이 뜨고 말았다. 그야말로 평범한 내야 플라이. 포수 쪽 마운드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 볼을 본 유먼은 다가서는 1루수 박종윤에게 잡으라는 사인을 냈다. 박종윤 역시 잡겠다는 사인을 했다. 그렇게 SK의 득점 찬스도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경기 전 불펜의 핵심 투수로 활약했던 박희수와 정우람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어수선했던 SK였다. 따라서 SK 입장에서는 더욱 조바심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볼은 야수의 글러브 속이 아닌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박종윤과 3루수 황재균이 서로 볼을 미룬 것이다. 평범한 플라이가 적시타로 둔갑한 것. 박종윤의 실책. 뒤늦게 황재균이 볼을 잡았으나 이미 3루주자 박재상은 물론 동점주자인 최정마저 홈을 밟은 다음이었다.

순간 흥분을 참지 못한 유먼은 동료들에게 역정을 내고 말았다. 박종윤과 황재균도 한동안 서 있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흐름은 SK로 넘어가는 분위기. 흥분한 유먼은 안치용에게 볼넷을 내줘 다시 만루 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SK는 결정타를 쳐내지 못했다. 최윤석이 3루 땅볼에 그친 것이다.

롯데는 5회와 6회 연속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그러나 7회 1사 후 김문호와 정훈의 연속 좌전안타로 찬스를 잡으며 흐름을 다시 가져갔고 김주찬의 2타점 적시타와 손아섭의 투런포가 터져 7-2로 승리했다.




만약 이날 패했다면 실책을 기록한 박종윤은 물론 3루수 황재균, 투수 유먼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뻔 했다. 또 역전패로 팀 전체가 가라앉을 수 있었다. 롯데로서는 잊을 수 없는 그야말로 아찔했던 실책으로 남을 것이다.

letmeout@osen.co.kr

<사진>인천=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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