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9일 일요일

추신수 일기<24 > “확실한 건 FA 이후 무조건 클리블랜드 떠난다”








시즌이 후반으로 다가갈수록 잘 하는 팀과 못하는 팀의 성적과 성패가 극명히 드러나는 메이저리그 세계에서 못하는 팀에서 뛰는 것도 참 괴로운 일이다. 추신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뭔가를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그마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올림픽 때문에 제 일기가 한 주 쉬었는데요, 한 주밖에 안 됐는데도 굉장히 오랜만에 일기를 쓰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올림픽 기간 동안 불타는 여름을 만끽했다고 들었습니다. 폭염 속에서 새벽마다 경기를 시청하느라 고생하셨겠지만 그래도 태극전사들의 잇단 승전보에 그 고생스러움이 기쁨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어요. 대한민국 선수들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지 못했지만 뉴스를 통해 접한 축구대표팀의 동메달 스토리에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절로 박수를 치게 되더라고요.


오클랜드와의 원정 경기를 치르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3타수 무안타라서 그런 것도, 15호 홈런을 때린 것 때문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 팀 선수들의 플레이 때문이었어요. 가끔은 저도 그 속에 포함될 때도 있겠지만, 이해할 수 없는 실책들로 인해 안 줘도 될 만한 점수를 내주고 말 땐 아무리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곤 합니다.


오클랜드와의 3차전이 끝난 이후엔 선수들에게 고참으로서 한 마디 했는데요, 말 하고 나니 기분이 더 안 좋더라고요. 뭐, 실책을 연발한 선수들도 속상하겠죠. 주위에서 뭐라고 하지 않아도. 그래서 가급적이면 입 꾹 다물고 있으려다가 한 번 폭발했던 것 같습니다.


클리블랜드란 팀이 전반기에는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벌이다가 후반기로 들어서면 갑자기 흐름이 뚝 끊기거나 연패를 거듭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합니다. 저도, 또 선수들도 힘이 빠지는 상황을 겪으면서도 이것도 야구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컨트롤되지 않을 때가 있네요.


시즌 전반기 때와 달라진 부분이라면 요즘 전 야구장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야구장에 놓고 퇴근합니다. 홈런을 쳤든 못 쳤든, 안타를 쳤든 삼진을 당했든, 야구장에서 생긴 일들을 집으로 갖고 가지 않아요. 야구는 내 삶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저의 모든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야구로 인해 덜 스트레스 받고, 괴로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환하게 웃으며 야구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추신수. 과연 그의 미래는 어떤 색깔로 그려지게 될까. 트레이드설이 난무하면서 그도 조금은 심란한 상태에서 야구장으로 출근한다고 말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LA에인절스 원정 때 로스앤젤레스에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만났습니다. 보라스와 오랜 시간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요, 그는 저한테 마치 인생의 멘토처럼 지금도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테니까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습니다. ‘야구’한데 자신을 낮추지 말고 겸손해서도 안 되며 ‘야구’가 네 인생의 전부가 아닌 삶의 한 수단이기 때문에 ‘야구’한테 너무 많은 정을 주지 말라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보라스가 보기엔 제가 매 경기 굉장히 진지한 자세로 임하다 보니 안 해도 될 걱정들, 스트레스들을 안고 산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퇴근하기 전에 야구장에 모든 걸 두고 나오려고 해요.


언론에선 제 트레이드 문제에 대해 진한(?)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이달 내에 트레이드 될 수도 있다’부터 곧 ‘어느 팀에서 관심이 있다’ 등등 갖가지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네요. 처음 트레이드설이 나돌았을 때 잠시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지만 올시즌이 끝나고 트레이드 되든 FA가 된 후 다른 팀과 계약을 맺든 그 부분은 지금 제가 걱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신경 써 봤자 제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자꾸 그런 쪽에 관심을 기울이면 야구가 잘 안 풀리더라고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년 이맘 때 쯤 전 무조건 클리블랜드를 떠날 계획이라는 사실입니다. 클리블랜드에 정이 많이 들었지만 팀에서도 또 제 에이전트도 절 클리블랜드에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정확한 시기는 아직 모릅니다. FA 이후가 될지, 그 이전이 될지. 제 입장에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제가 이곳에 남든, 다른 팀 유니폼을 입든, ‘추추트레인’은 변치 않을 테니까요.







내년 FA 이후 팀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추신수. 그러나 상황에 따라 그 전에 그의 새로운 정착지가 결정될 수도 있다. 그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이 일기는 추신수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