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1일 화요일

女 펜싱 심재성 코치, '유창한 외국어' 항의… 감동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우종 기자][강력하고 신속한 항의로 '비디오 판독' 이끌어내… 팬들 "우리 펜싱 코치님 멋있네요"]



2012 런던올림픽 펜싱대표팀의 신아람이 30일 런던의 엑셀 런던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한 데 이어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중국의 쑨위제에게 패하며 경기가 끝나자 심재명 코치가 포옹하며 위로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아람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신아람(26,계룡시청)의 볼에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판정 번복은 없었다. 신아람은 31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여자 에패 개인전 준결승에서 하이데만(30,독일)에 5-5로 연장 종료 1초 전까지 팽팽하게 맞서 있었다. 우선권을 가진 신아람은 이제 1초만 버티면 승리하는 상황. 결승 진출이 눈앞이다. 그런데 1초가 너무 길다. 이상하다. 이 1초 동안 서로간의 공격과 방어가 무려 세 번씩이나 오갔다. 그런데 여전히 전광판의 시계는 계속 1초가 남아있다. 결국 하이데만의 마지막 칼이 신아람을 찌른다. 경기가 끝났다. 심판은 즉각적으로 6-5 하이데만의 승리를 선언한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바로 경기가 정리되려는 이 순간, 하얀 유니폼을 입은 한 남자가 즉각적으로 심판과 집행위원석을 향해 달려간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의 심재성(46) 코치. 앞서 우리나라는 박태환이 오심에 울었고 조준호가 또 울었다. 이렇게 눈으로만 보고만 있으면서 당할 수 없었다.



심 코치는 나라를 대표하는 코치로서 능숙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강력하게 항의한다. 이때 여자 주심은 그를 밀치며 경기장 아래로 내려가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 코치는 체계적으로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어필을 했다. 적절한 언어 구사로 이의를 제기한 그가 있었기에 우리나라는 비디오 판독 절차까지 이끌어냈다. 국제펜싱연맹(FIE) 심판진은 30분 가까이 비디오 판독을 하며 상의 절차에 들어간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영어와 불어, 심지어 독일어까지 능통한 그였다. 너무나 든든했다. 만약 제대로 의사소통도 못했다면 우리는 그냥 아무 말도 못해보고 내려갔을 것이다. 과거 국제경기에서 언어 소통이 제대로 안 돼 억울한 판정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못해보고 물러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이렇게 외국 심판진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신속하고 정당한 판정을 요구하는 '대한민국 코치'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항의하는 도중에도 그는 신아람을 계속 격려했고, 의자에 앉으라고 이야기하며 선수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심재성 코치는 원주고와 청주대를 거쳐 1991년 삼일방직 펜싱팀에 입단했다. 그 후 1993년 프랑스 펜싱 클럽(A,S Montigny)코치를 하면서 국내 최초로 프랑스 국립 펜싱 지도자(C,N.F.E)학교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대표팀 트레이너를 거쳐 1999년 여자 에패 국가대표 코치직을 맡는다.



그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대한펜싱협회의 국제업무와 해외전지훈련을 담당했다. 국제회의에 여러 차례 참석했고, 국제대회에서도 심판으로 활약했다. 국내 최초로 프랑스 체육청소년부 "펜싱국가지도자 자격증 1급, 2급을 취득하고 현재 국제펜싱연맹(FIE) 규칙위원회 위원으로 있다.



'땅콩 검객' 남현희(31)가 한체대를 다니던 시절 심재성 코치가 실력을 키우는데 도와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펜싱 국가대표팀 코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하였으며,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코치로서 여자 에패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심 코치는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아람이 강력한 우승후보인 하이더만과 대등하게, 아니 어떻게 보면 거의 이긴 게임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지켜주지 못한 게 좀 미안할 뿐이다. 신아람 선수가 오히려 저한테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제가 미안하다"고 말하며 선수의 아픔을 자기 탓으로 돌렸다. 진정한 지도자의 상을 그는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이어 "4년 동안을 올림픽만 바라보고 준비해 왔는데 내 선수한테 과연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가…" 라며 안타까워했다. 오직 이 날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선수들, 그리고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심 코치였기에 그의 말 뒤에 서려있는 깊은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2012 런던올림픽 펜싱대표팀의 신아람이 30일 런던의 엑셀 런던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한 뒤 경기장 밖으로 나서자 관중들이 억울함을 위로하는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펜싱은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가는 길이다. 이는 최고 완성의 순간에서 다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되돌아오고자 함이다".



'마에스트로 심', 심재성 코치 홈페이지 대문에 걸려 있는 인사말이 이날 더욱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사진=중계화면캡쳐)


2012 런던 올림픽 대한민국 펜싱 국가대표팀 코치 심재성(46)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머니투데이 핫뉴스]
☞ "회당 5000만원?" '런닝맨' 입고뛰는 그옷…


☞ 6년전 분당 '9억 아파트', 경매 내놨더니…


☞ '넝쿨당'에 웬 '휘들옷'? 업체 홍보가 아니네


☞ 함은정 왕따 주도 고백?, 미니홈피 글 발견


☞ 女양궁팀 '금' 따고 달려가 포옹한 남자는…









이슈팀 김우종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