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6일 목요일

박문성의 런던 핫매치 리뷰 <대한민국 vs 멕시코> 막판 왜 박주영 뺀 제로톱이었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예선 1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6일 밤(한국시각)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렸다. 한국 박주영이 멕시코 선수로부터 반칙을 당해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정보


일시 : 2012년 7월 26일 (목) 밤 10시30분


구분 : 런던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


장소 : 세인트 제임스 파크(뉴캐슬)


경기 결과 : 한국 0-0 멕시코


매치 라인업




홍명보 감독의 승부수는 후반 막판에 던져졌다. 홍명보 감독은 75분 원톱 박주영을 빼고 백성동을 투입했다. 이러면서 페널티지역에서 싸우는 정통적인 개념의 센터포워드가 사라졌다. 한국의 첫 번째 교체 카드였는데 세컨드 스트라이커인 백성동의 투입으로 한국은 센터포워드 없이 싸우는 제로톱 전형을 짰다.


구자철을 위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김보경, 백성동, 남태희 등과 함께 짜인 공격라인은 특정한 센터포워드나 고정한 위치 없이 자유롭게 스위칭 하는 움직임으로 멕시코의 골문을 공략했다. 이러한 제로톱 전형은 85분 지동원이 투입될 때까지 이어졌다.


제로톱 전형은 홍명보 감독이 아시아 지역 예선 과정 등에서 자주 시도했던 시스템은 아니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장신의 센터포워드인 김현성과 김동섭 등을 놓고 싸우는 형태를 즐겼다. 이 중 김현성은 본선 엔트리에 합류했고 김동섭은 안타깝게 기회를 잡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에게 제로톱 시스템은 낯선 흐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이 본선 첫 경기부터 제로톱 카드를 뽑아든 것은 왜일까?


먼저는 박주영의 몸 상태다. 박주영은 멕시코전에 원톱으로 나섰지만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 평가전 등에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완전히 털고 일어선 가벼운 움직임은 아니었다. 무거운 몸놀림은 한국이 볼 점유율과 경기 흐름면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경기 결과를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한 아쉬운 결과의 한 부분이었다. 피니셔의 마무리가 못내 아쉬운 일전이었다.


박주영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지만 그 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부족했다는 것도 홍명보 감독의 고민이었다. 김현성은 발목 부상으로 몸 상태가 떨어져 있었다. 지동원이 있었지만 장신이면서도 위보단 아래가 좋아 전형적인 센터포워드로 뛰게 하기엔 마땅치 않다는 고민이 담겨 있었다. 박주영은 부진하고 김현성은 다쳤으며 지동원은 적합 포지션 고민이 담긴 홍명보 감독의 제로톱 시스템 구상과 그 가동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스위스전과 가봉전 등 남은 경기들에서 제로톱 시스템을 계속 활용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현재로선 선발이나 주력 시스템으로서의 제로톱 활용 가능성은 낮은 게 사실이다. 부상이나 경기 중 변화 카드인 플랜B 카드로는 볼 수 있지만 주력으로 활용하기에는 완성도와 파괴력이 일정 이상에 못 미쳤다.


그런데 문제는 시스템보다 사람이다. 시스템을 실제로 움직이는 건 사람으로 그 사람이 받쳐주지 못하면 그 어떤 시스템도 무익하다. 사람(선수)이 달라지고 강해져야 하는 한국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판 멕시코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다음 승부 스위스전이 무척이나 중요하게 됐다. 점유율 면에서 앞서면서도 효과적인 슈팅 기회를 엮어내지 못한 멕시코전과는 다른 전술적 대응이 요구되는 스위스전인데 이를 위해선 변화가 따라야 하는 한국이다. 유리한 경기 흐름을 살리지 못하고 막판 멕시코에게 골대 맞힌 슈팅을 내주는 등 혹독한 장면과 마주하기도 했다. 그 변화의 핵심은 사람이다.


박주영의 컨디션이 얼마만큼 살아날 수 있느냐가 스위스전의 최대 관건이다. 그 정도에 따라 선발 라인업이 달라질 수도 있고 전술적 대비책이 달라질 수도 있다. 박주영 말고도 멕시코전만 보면 김보경, 남태희의 움직임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선수 스스로와 벤치에서 빠르게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그 주변의 기성용, 구자철 등의 움직임이 동시에 상승할 수 있다.


한국의 두 번째 상대 스위스가 전망과는 달리 첫 판 가봉전에서 여러 약점을 노출했다고는 하지만 유럽선수권 준우승의 저력을 쉽게 만은 볼 수 없다. 한국과 스위스 모두 패하거나 비기면 자력 8강 진출이 좌절될 수 있단 점에서 대단한 집중력이 모일 경기다. 한국이 속한 B조 첫 번째 경기들이 무승부로 끝나면서 대혼전의 서막이 올랐는데 어떤 팀이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느냐가 8강 진출의 열쇠가 될 것이다.


한국의 B조 예선 두 번째 경기 스위스전은 7월30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15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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