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1일 화요일

클리블랜드, 왜 추신수를 지켰나








컨텐더 팀으로의 이적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 순(純)스포츠

한국시간 8월1일 오전 5시(미국 동부 시간 7월31일 오후 4시), 올시즌 메이저리그의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지나갔다. 마감시한 이후에도 트레이드는 가능하지만, 웨이버와 클레임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웨이버 트레이드) 대형 트레이드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번 마감시한이 한국 팬들에게 더 특별했던 것은 추신수(30·클리블랜드)가 트레이드 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2010년 에이전트를 스캇 보라스로 교체한 추신수는, 그 해 겨울 클리블랜드의 5년간 4500만달러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이후 더 이상의 장기 계약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추신수는 결국 FA 시장에 도전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당초 클리블랜드가 추신수를 트레이드할 것으로 예상됐던 시기는, 시즌 후 FA가 되는 내년 7월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노사협약에 따라 이제 반 년 짜리 '렌탈 선수'는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받지 못하게 됐다. 과거의 규정대로라면, 내년 7월 A라는 팀이 추신수를 트레이드로 데려가 시즌 후 FA로 풀어준다면, A팀은 추신수와 FA 계약을 맺는 B팀의 1라운드 지명권과 1라운드 후 추가 지명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 바뀐 규정에 의해, FA가 되기 전 1년을 한 팀에서만 보내지 않은 선수에게는 이제 보상 지명권이 주어지지 않게 됐다. 렌탈 선수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밀워키가 잭 그레인키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이유다). 이에 클리블랜드도 추신수를 '가장 비싼 가격'에 넘기기 위해서는 렌탈 선수가 되기 전에 트레이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클리블랜드는 리그 최하위 미네소타에게 3연전 대패를 당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상황. 5경기는 물론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차이이지만, 그렇다고 화이트삭스(유킬리스 마이어스 리리아노)와 디트로이트(인판테 산체스)에 대응하기 위한 트레이드 영입을 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지난해 클리블랜드는 디트로이트에 대응하겠다고 우발도 히메네스를 데려왔다가 큰 낭패를 보고 있는 중이다). 또한 팜 랭킹이 29위에 불과한 클리블랜드는 최고 유망주 프란시스코 린도어(유격수, BA 미드시즌 14위)를 제외하면 다른 팀들의 관심을 끌만한 마땅한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마감시한 때는 구매자가 되기를 포기한 팀들이 180도 입장을 바꿔 판매자로 돌아서기도 한다. 7월5일가지만 해도 카를로스 리를 영입하며 포스트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던 마이애미 역시 이후 상황이 어렵게 되자 전격적으로 입장을 전환, 다시 아니발 산체스와 오마 인판테, 핸리 라미레스를 팔았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추신수와 크리스 페레스 등 그 누구도 팔지 않으며 구매자도 판매자도 되지 않았다. 과거 시즌 중에 했던 두 사이영상 투수(CC 사바시아, 클리프 리)와 빅터 마르티네스 트레이드에서 큰 재미를 못 본 클리블랜드로서는 남아 있는 최고의 카드인 추신수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남은 두 달 간 추신수의 가치가 폭락한 일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시즌이 끝난 후 더 차분하게 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결국 클리블랜드가 이번 마감시한에 취한 유일한 움직임은 보스턴에서 '실패한 유망주' 라스 앤더슨을 데려온 것이었다).


[+] 마이클 브랜틀리, 맷 라포타, 잭 잭슨, 롭 브라이슨
[-] CC 사바시아


[+] 루 마슨, 카를로스 카라스코, 제이슨 도날드, 제이슨 냅
[-] 클리프 리, 벤 프란시스코


[+] 저스틴 매스터슨, 닉 해가돈
[-] 빅터 마르티네스


이번 마감시한 때 추신수에게 관심을 보였던 팀들은 텍사스 샌프란시스코 다저스 워싱턴 신시내티 피츠버그 등이다. 하지만 텍사스는 선발투수 영입이 더 시급한 상황이었으며(텍사스는 컵스에서 선발투수 라이언 뎀스터를 데려갔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처음부터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헌터 펜스와 셰인 빅토리노를 각각 나눠가졌다. 외야 보강이 별로 절실하지 않은 신시내티는 피츠버그 견제를 위해 뛰어들었던 것으로, 사실상 추신수를 데려갈 수 있는 팀은 피츠버그밖에 없었다(또한 피츠버그는 마크 샤파이로 단장의 과거 오른팔이었던 닐 헌팅턴이 단장으로 있어 관계가 돈독한 팀이다).


피츠버그는 20년 만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상황. 1989-1992년 3년 연속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이후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5할 미만 승률'을 기록함으로써 미 4대 프로스포츠(MLB NFL NBA NHL) 최악의 기록을 세운 피츠버그는(종전 필라델피아 필리스 1933-1948년 16년 연속), 현재 5할 승률에서 +14를 기록하고 있으며, 와일드카드 공동 선두와 함게 지구 선두 신시내티와 3경기 차를 보이고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앤드류 매커친 ⓒ gettyimages/멀티비츠


평균자책점 4위(선발 7위, 불펜 2위) 세이브 성공률 1위(87%)에 올라 있으며 얼마전 휴스턴에서 정상급 좌완 선발인 완디 로드리게스(7승9패 3.82)를 데려온 피츠버그의 문제는 득점 10위에 그치고 있는 타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구멍은 1번타자와 코너 외야수다. 올해 좌익수 알렉스 프레슬리(.232 .271 .380 .651)와 우익수 호세 타바타(.230 .295 .341 .636)가 주로 맡은 피츠버그의 1번 타순(.215 .260 .340 .600)은 타율과 출루율에서 리그 15위, 장타율과 OPS에서 리그 14위에 그치며 중심타선에게 많은 타점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외야진은 중견수 앤드류 매커친(.368 .426 .627 1.052)이 타율과 장타율에서 메이저리그 1위, 출루율과 OPS에서 조이 보토(.342 .465 .604 1.069)에 이은 2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개럿 존스(.266 .289 .513 .802)가 많은 홈런을 치고 있는 우익수(.261 .301 .458 .759)는 장타율은 리그 7위인 반면 출루율이 15위에 그치고 있으며, 좌익수(.195 .239 .319 .558)는 타율-출루율-장타율-OPS에서 아예 메이저리그 최하위를 휩쓸고 있다.


1번타자를 맡을 수 있는 코너 외야수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올해 1번타자로서 250타석 이상 출장한 선수 중 타율 ML 2위, 출루율 4위, 장타율 2위, OPS 2위에 올라 있으며, 가장 많은 5개의 리드오프 홈런을 치고 있는 추신수보다 더 확실한 전력 보강은 있을 수 없었다.


리드오프 OPS 순위(250타석 이상)
트라웃 : .351 .408 .600 1.008
추신수 : .317 .388 .549 0.936
잭슨  : .319 .404 .511 0.915
고든  : .305 .385 .440 0.825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와일드카드가 리그당 1장에서 2장으로 늘었다. 이에 지난해까지 곧바로 디비전시리즈를 치를 수 있었던 와일드카드 팀들은 이제 단판 승부를 통과해야 디비전시리즈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어렵게 시작한 가을 야구가 1경기 만에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지구 우승을 노리는 피츠버그로서는, 신시내티와의 경기가 9경기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신시내티에게 강한 추신수(.351 .426 .713, 24경기 7홈런 16타점)가 더욱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피츠버그가 제시할 수 있었던 최고의 카드는 스탈링 마르테(23)였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야수인 마르테는 지난해 더블A 이스턴리그에서 타율-2루타-안타 1위(.332 .370 .500)에 오르며 BA 73위로 선정됐고 제2의 오스틴 잭슨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르테는 올해는 트리플A에서 지난해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286 .347 .500), 7월27일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기 전까지 마지막 두 달 간은 맹타를 휘둘렀다. 클리블랜드는 팜에 대형 외야수 유망주가 전혀 없는 상황. 게다가 좌타자 편향인 라인업에서 귀중하게 쓸 수 있는 우타자이며, 그래디 사이즈모어의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중견수다. 마이너리그에서 마르테의 수비는 매커친을 밀어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FOX스포츠 켄 로젠탈에 따르면, 클리블랜드는 추신수 선수에 대한 대가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유망주보다는 이미 메이저리그에 안착했으며,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없는 4년차 미만의 선수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쓰는 팀은 거의 없다.


피츠버그 역시 막판에 마르테 카드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피츠버그도 추신수의 '1년3개월'을 위해 마르테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추신수를 데려온다면 장기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에이전트를 보라스로 바꾼 후 추신수가 보여준 행보로 본다면 잡기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츠버그가 보라스 소속 대형 선수와 직접 계약한 것은 2008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페드로 알바레스를 뽑은 것이 유일하다. 만약 추신수와의 장기 계약에 자신감이 있었다면, 피츠버그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을지도 모른다(피츠버그는 결국 올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트리플A에서 보낸 트래비스 스나이더를 선택했다).


이로써 추신수는 올시즌을 클리블랜드에서 마감하게 됐다. 그리고 추신수의 미래에 대한 클리블랜드의 결정 또한 올 겨울로 미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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