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일 월요일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김기태의 거울론





LG 김기태 감독


6연패 팀. 그라운드를 때리는 빗방울이 굵어지자 감독은 선수에게 노래를 시켰다.

처음 지명된 선수는 부끄럽다고 몸을 숨겼으나 이내 한 선수가 용기를 내 목젖을 공개했다. 한 코치도 합세해 중견가수처럼 노래 경연에 참가했다.

일명 ‘덕아웃 노래방’. 지난달 29일 문학구장 LG 덕아웃에서 벌어진 광경에 혹자는 ‘이거 연패에 충격이 컸나’ 했을 수도 있다.

보기에 따라 평가도 다를 수 있던 장면은 LG에 긍정의 힘이 됐다. LG는 우천 중단 상태에서 잔치 한번을 벌인 뒤로 이튿날부터 2연승을 하고 홈으로 돌아왔다.

이날 콘서트의 연출 및 기획자가 된 LG 김기태 감독 역시 프로 유니폼을 입고는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일. 그도 그럴 것이 김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하던 시절 프로야구에 ‘큰 산’ 같은 어른들을 사령탑으로 두루 모셨다. 쌍방울 시절 김인식·김성근 감독, 그리고 삼성에서는 잠시나마 김응용 감독과 함께 했다.

김 감독도 “예전에 함께 했던 감독님들 앞에서 그렇게 했으면 아마도 큰 일 나지 않았겠냐”며 웃어보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이 연패로 몰린 선수들에게 ‘긴장’ 대신 ‘여유’를 선물한 것은 나름대로 갖고 있는 소신 때문이라고 했다.

“그거 있잖아요.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것. 내가 웃어야 거울도 나를 보고 웃는다는 것. 항상 그런 것 같아요.”

김 감독은 수년 전 나온 가네히라 케노스케의 에세이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를 얘기했다. 말 한마디와 표정 하나로 상대의 마음가짐과 반응이 엄청나게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대화할 때 뭐랄까. 내가 얘기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표현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자주 한다.

무리해서 선수를 기용했을 때나, 어려운 상황에 선수를 내보내 난처하게 했을 때가 그렇다. 김 감독의 “○○야, 미안하다 ”는 소리에 기자들은 가끔 무엇이 미안한 것인지 확인에 들어가는데 매번 이유는 비슷하다.

김 감독은 “고참선수로 뛰었을 때를 거울 삼아 선수들에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내가 선수였을 때 이런 말을 들으면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으니 그런 것들을 해주겠다’는 식이다. 조계현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도 “꾸짖을 일이 생겨도 인격적 모욕이 되는 언행은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LG 고참들이 어느 해보다 강한 결속력을 보이는 것도 어쩌면 서로 거울이 돼 마음을 주고 받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4강 도전.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 다만 올해는 웬만해선 나가 떨어지지 않을 분위기이다.

투수 최고참인 류택현은 지난 1일 연패 탈출 전후의 팀상황에 얘기하며 팀내 베테랑들의 생각을 전했다.

“오랜 시간 포스트시즌에 못 나가갔잖아요. 지금은 그래요. 가난을 절대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부모 마음 있잖아요. 실패를 더 이상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모바일 경향 [경향 뉴스진(News Zine) 출시!] | 공식 SNS 계정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 ⓒ 스포츠경향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