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6일 월요일

K리그 21R 어워즈ㅣK리그에 '엄친아' 카카가 왔다?








K리그 고별전이 끝난 뒤 동료들의 헹갈를 받는 루이스 (사진=전북현대)

[풋볼리스트] 이별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있는 법이다. 여름이적시장의 한 가운데에 선 K리그는 선수 이동이 잦아지고 있고 그 와중에 아쉬운 작별을, 또 기쁜 새 만남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해외로 떠나는 정든 외국인 선수들을 보는 팬들의 마음은 아쉽다. 사샤, 에벨찡요는 성남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 그리고 지난 주말 21라운드를 끝으로 전북의 루이스가 K리그를 무대를 떠나 중동으로 향했다. 루이스의 고별전은 하필 자신이 K리그 생활을 시작한 수원의 홈 빅버드에서였다. 전북의 3-0 승리의 마지막 골을 장식한 루이스는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었다. 수원은 또 다시 홈에서 0-3 완패를 당했고 윤성효 감독은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홈에서 극적인 승리로 서울을 잡은 인천 (사진=인천유나이티드)

인천은 새 외국인 선수 빠울로와의 첫 만남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빠울로는 서울전에서 헤딩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에 3-2 승리를 선사했다. 카카를 빼 닮은 그의 용모도 화제다. 전남은 새 외국인 헤난과 플라비우가 골을 터트리며 전반기의 득점 난조가 해결될 기미를 봤다. 하지만 전남을 상대한 원정팀 부산은 방승환, 한지호, 윤동민의 연속골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새롭게 강원에 부임한 김학범 감독은 홈팬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하지만 강적 울산에게 1-2로 패하며 데뷔전이었던 대전 원정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한상운에 이어 요반치치까지 정리한 성남은 일신한 분위기로 광주 원정에서 2-1 역전승을 일궜다. 에벨톤의 원맨쇼가 돋보였다. 제주는 홈에서 대전을 4-1로 대파하며 최근 부진했던 흐름에서 탈출했다. 상주와 대구는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포항은 경남 원정에서 고무열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 2012 현대오일뱅크 K리그 21R 어워즈







▲ 최고의 11인 (TEAM OF THE ROUND)







데얀의 페널티킥을 막은 유현 (사진=인천유나이티드)

GK: 유현(인천). K리그에서 반사신경이 가장 뛰어난 골키퍼로 평가받는 유현은 서울을 상대로 자신의 진가를 선보였다. 데얀의 페널티킥을 끝까지 보고 정확히 몸을 날려 막아냈고 종료 직전 또 한번의 실점 기회도 선방했다.


RB: 신광훈(포항). 오른쪽 윙포워드라는 낯선 자리에 선발 출전했던 신광훈은 후반에 다시 풀백으로 돌아오며 그야말로 끝과 끝을 오가는 활약을 펼쳤다. 골키퍼와 공격수 사이로 떨어트리는 정확한 크로스로 고무열의 결승골도 도왔다.



★ 신광훈의 절묘한 크로스에 이은 고무열의 헤딩골


CB: 심우연(전북). 196cm의 큰 키를 이용해 제공권을 확실히 제압했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도 집중력 있는 수비로 빠른 상대 공격수를 차단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임유환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최근 네 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끌었다.


CB: 임유환(전북). 게으른 수비 천재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올 시즌 이흥실 감독대행 아래에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상대 공격 흐름을 끊는 인터셉트와 수비에서의 영리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조성환 대신 찬 주장 완장에 어울리는 책임감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준다.


LB: 김영삼(울산). 팀의 필요에 따라 좌우 어디든 가리지 않고 측면을 사수하고 있다. 강원의 1차 공격 루트인 측면 돌파를 잠재웠고 간헐적이지만 좋은 타이밍에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 효과적인 공격을 펼쳤다.


DM: 김정우(전북). 모처럼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할 것을 주문 받은 김정우는 지난 남아공월드컵 당시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동량과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영리한 수비, 완급을 조절하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LM: 한교원(인천). 서울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멀티골을 터트렸다. 특히 두번째 골은 개인 기량을 유감 없는 발휘한 멋진 골이었다. 지난 라운드 부산전에 이어 두경기 연속 골을 터트린 한교원 덕분에 인천은 설기현에게 치중됐던 공격루트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RM: 에벨톤(성남). 외국인 선수를 대거 정리한 성남이 유일하게 에벨톤만을 바꾸지 않은 이유를 광주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플레이메이커이자 골잡이로서의 역할을 소화하며 1골 1도움을 기록, 위기의 성남에게 귀중한 역전승과 승점 3점을 선사했다.


★ 페널티킥을 얻어서 직접 마무리, 에벨톤 원맨쇼


AM: 송진형(제주). 울산 원정에서의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린 페이스를 대전전에서 그대로 이어갔다. 이날 두골을 터트리며 리그 6호 골을 쏜 송진형은 당초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다섯 골을 가뿐히 돌파했다.


FW: 한지호(부산). 질식수비에서 공격축구로의 변신을 선언한 안익수 감독의 자신감에는 한지호의 부활이 있었다. 전반기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했지만 최근 네 경기에서는 3골 2도움을 기록. 전남전에서도 1골 1도움으로 극적인 3-2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FW: 이근호(울산). 최근 세 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다시 발끝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울산과 대표팀을 오가며 떨어진 체력을 보충한 그는 강원전에서 한 마리 말처럼 그라운드를 내달렸고, 그 동안 찬스를 놓쳐 미안해했던 절친 김승용의 크로스를 헤딩 결승골로 연결했다.


★ 친구는 용감했다. 김승용과 이근호의 합작품


SUB: 최은성(전북) 김태윤(인천) 신진호(포항) 이승현(전북) 윤동민(부산) 서동현(제주) 고무열(포항)







역전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는 한교원 (사진=인천유나이티드)

▲ 최고의 선수 (PLAYER OF THE ROUND) | 한교원(인천)
2010년 말 드래프트 5순위로 인천에 입단한 프로 2년차 한교원은 인천을 제외한 K리그 팬들에겐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지난해 허정무 전 감독 체제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꾸준히 기용, 29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했지만 강력한 임팩트는 없었다. 올림픽대표팀에서 몇 차례 선발이 됐지만 별 존재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올 시즌도 부상으로 인해 들쭉날쭉 했던 한교원은 6월 들어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후반 교체 출전으로 꾸준히 나서며 조커 역할을 하던 한교원은 19라운드 경남전부터는 선발 요원으로 변신했다. 김봉길 감독은 설기현에 집중된 상대 수비를 와해시키기 위해 한교원의 스피드와 중거리 슛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 결국 서울전에서 한교원의 활약은 빛이 났다. 전반 막판 김태윤이 문전에서 몸을 날려 찬 발리슛이 맞고 혼전 상황에서 흐르자 동점골로 연결했다. 후반에는 베테랑 수비수 현영민을 놓고 거침 없는 페인팅을 구사하고 이어서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역전골을 만들며 서울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득점뿐 아니라 투혼도 불살랐다. 경기 중 데얀의 팔꿈치에 맞아 임플란트 시술을 했던 치아가 빠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풀타임을 뛰었다. 경기 막판에는 다리에 쥐가 나 응급 치료를 받고 다시 들어왔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교원은 기뻐할 틈도 없이 그라운드로 그대로 누워서 다리를 잡고 뒹굴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의 대가로 인천 팬들은 올 시즌 잊지 못한 최고 명승부의 주연으로 한교원을 떠올릴 것이다.


▲ 최고의 골 (GOAL OF THE ROUND) | 김신욱(울산)
울산의 스트라이커 김신욱이 지닌 최고의 무기는 다른 수비수들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큰 키(196cm)에서 나오는 제공권 장악이다. 하지만 김신욱은 헤딩이 아주 탁월한 선수는 아니었다. 프로 무대에 오기 전까지 미드필더를 주로 봤던 그는 장신이지만 볼 컨트롤이 탁월한, 발기술이 좋은 공격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목표는 헤딩을 잘 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 그 노력의 결과물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김신욱은 울산과 대표팀에서 헤딩을 활용한 득점와 도움 플레이를 펼치며 자신의 확실한 무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강원전에서는 모두가 놀랄만한 헤딩골을 만들었다. 김승용이 올려준 평범한 크로스를 압도적인 헤딩으로 연결해 골로 만든 것. 먼 거리에서의 헤딩이었지만 낙하지점을 정확히 체크하고 달려와 상대 수비수를 힘으로 밀어낸 김신욱은 골대까지의 거리가 먼 점을 알고 공을 바운드시켰다. 김신욱의 높이와 무게가 실린 데다 물기를 머금은 잔디까지 거친 공은 강원의 골키퍼 김근배가 손 쓸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가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김신욱의 압도적인 플레이였다.


★ 이것이 바로 하늘에서 내리꽂는 철퇴, 김신욱의 파괴력 만점 헤딩


▲ 최고의 경기 (MATCH OF THE ROUND) | 인천 3-2 서울
골 장면 하나 하나와 90분 간 경기장을 뒤덮은 분위기 모두 유럽 최고 수준 뺨친 경기. 비 속에서 열린 경기는 전반 33분 터진 김진규의 프리킥 골로 뜨겁게 달궈졌다. 인천은 전반 종료 직전 서울 골키퍼 김용대의 펀칭 미스를 놓치지 않고 김태윤의 발리 슛에 이은 한교원의 골로 동점을 만든 채 후반에 돌입했다. 후반 17분 한교원은 현영민을 앞에 두고 놀라운 드리블 페인팅에 이은 중거리 슛으로 역전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서울은 5분 만에 하대성이 최현태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안의 좁은 공간에서 환상적인 볼 터치로 수비 세명을 무너트리고 동점골을 뽑았다.


이 경기의 클라이막스는 막판 10분 동안이었다. 고광민이 페널티박스에서 골키퍼 유현으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서울은 재역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키커로 나선 것은 지난 5월 홈에서 인천을 상대로 페널티킥으로 자신의 K리그 통산 100호 골을 만든 바 있었던 데얀. 다시 한번 친정팀에 비수를 꽂기 위해 키커로 나선 데얀은 왼쪽을 노리고 킥을 날렸다. 인천의 골키퍼 유현은 상대 키커 방향을 예측하고 뛰는 평소 방식과 달리 끝까지 데얀의 킥을 보고 몸을 날렸다. 생각보다 정확히 구석으로 날아가지 못한 데얀의 페널티킥은 유현의 손에 걸렸고 인천은 위기에서 탈출했다. 서울은 고광민이 또 한번 절호의 찬스에서 슛을 날렸지만 유현의 선방에 막혔다. 반격에 나선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제주에서 이적하며 다시 컴백한 남준재가 올린 크로스를 새로 영입된 브라질 공격수 빠울로가 헤딩 골로 만들었고 극적인 3-2 승리를 만들었다. 인천은 2연승을 달리며 1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반면 인천전에서 승리해 전북과의 선두 싸움을 이어가려 했던 서울의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선수들과의 단단한 신뢰로 인천의 비상을 만든 김봉길 감독 (사진=인천유나이티드)

최고의 감독 (MANAGER OF THE ROUND) | 김봉길(인천)
감독대행 김봉길의 캐릭터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 동안 정식 감독이 아닌 탓에 자신감 넘치거나 확신에 찬 모습보다는 늘 선수들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눈높이를 훨씬 낮춰가며 선수들을 존중해준 그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향상심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떨어진 팀을 계속 칭찬하고 믿음을 보내며 인화(人和)를 강조, 인천의 전통적인 팀 컬러인 포기를 모르는 끈덕진 플레이를 되살려놨다. 침몰만을 기다리는 듯 했던 인천은 서서히 경기력이 올라왔고 끝내 21라운드에서는 거함 서울을 잡으며 최근 7경기에서 3승 4무를 기록하며 비상을 시작했다. 김남일, 설기현 등 팀 내 베테랑들은 김봉길 감독의 그런 형님 리더십을 뒷받침했고 정인환, 정혁, 이규로 등이 점점 활약을 펼치기 시작하며 인천은 강해졌다. 서울전에서 김봉길 감독대행은 남준재와 한교원을 양 측면에 세우고 정혁을 김남일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는 변화를 통해 공격적인 전략으로 맞불을 놨다. 특히 후반 32분에는 에이스인 설기현을 빼고 새 외국인 공격수 빠울로를 투입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결국 빠울로는 극적인 결승골을 만들며 김봉길 감독대행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도력을 갖췄고 선수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 최근 호성적과 서울전 승리로 증명된 김봉길 감독대행은 16일자로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전북 팬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 루이스 (사진=전북현대)

▲ 최고의 눈물(TEARS OF THE ROUND) | 루이스(전북)
전북뿐만 아니라 수 많은 K리그 팬들은 수원전에서 보여준 루이스의 활약을 오랜 시간 잊지 못할 것이다. 수원전은 루이스가 전북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였다. 지난 겨울부터 이적설이 돌았던 루이스는 1주일 전 UAE의 알 샤밥으로의 이적을 확정 지었고 15일 한국을 떠나기로 한 상태였다. 경기 시작 전 그의 이적 소식이 알려졌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이흥실 감독대행은 “루이스가 이 경기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다”며 웃어 보였다. 수원은 루이스가 K리그 생활을 시작한 곳. 하지만 7경기만 치르고 브라질로 돌아가야 했다. 루이스가 K리그 팬들에게 특급 미드필더라는 이미지를 얻은 곳은 전북이었다. 수원에서 나와 브라질로 갔다가 전북의 부름을 받고 돌아온 그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였고 2008년 전북의 6강 진출, 2009년 K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축구의 신은 루이스의 K리그 고별전 상대가 수원이 되게 하는 운명의 장난을 쳤다. 결국 루이스는 전북의 3-0 완승을 만드는 세번째 골을 터트리며 포효했다. 124경기 26골 24도움이라는 기록의 방점을 수원을 상대로 한 것. 경기 후 루이스는 전북 서포터 앞에서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루이스와 전북의 이별의 슬픈 감정을 대신했다. 경기 후 전북 선수들은 루이스를 헹가래치며 멋진 이별을 선물했다.

★ 전북을 향한 루이스의 마지막 선물, 그리고 발로텔리 세리머니







슈퍼서브로서의 역할을 120% 소화한 이승현 (사진=전북현대)


▲ 내가 슈퍼 서브다(SUPER-SUB OF THE ROUND) | 이승현(전북)&이상협(상주)
전북의 이흥실 감독대행은 수원전을 앞두고 “오늘 승리 시나리오는 두가지다. 우선 선제골이다. 그리고 후반 시작 후 10분만 버티면 승기는 우리가 잡는다”고 말했다. 전북은 전반에 에닝요가 경험이 부족한 수원 수비수 신세계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직접 성공까지 시키며 첫번째 조건을 충족시켰다. 약속된 후반 10분이 지나고 시나리오를 완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은 ‘스피드 레이서’ 이승현이었다. 물기가 젖은 그라운드에서 스피드가 배가 된 이승현은 투입되자마자 수원 진영을 휘저었다. 그를 막기 위해 뒤따라가던 수원의 보스나가 뒷근육이 올라와 교체됐을 정도. 후반 30분 이동국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한 이승현은 후반 41분 또 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수원의 패스를 끊은 뒤 하프라인 아래에서부터 놀라운 스피드로 치고 올라갔고 반대쪽에서 달려가는 루이스에게 공을 넘겨주며 득점을 만들어줬다. 적어도 후반 중반 이후 빅버드의 그라운드를 지배한 것은 이승현이었다.


상주에서도 슈퍼서브의 힘이 빛났다. 교체 투입된 신병 이상협은 대구에 0-1로 뒤지던 후반 35분 문전에서 감각적인 왼발 터닝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상주 유니폼을 입고 두경기 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한 이상협은 홈팬들에게 자기 등번호를 가리키는 쇼맨십을 펼쳤고 박항서 감독과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표출했다. 반면 올 시즌 K리그의 대표적인 조커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울산의 마라냥은 강원 원정에서 또 다시 ‘선발 울렁증’을 보여주고 말았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위해 이근호, 김신욱과 함께 선발로 나선 마라냥은 후반 40분에 교체돼 나가기 전까지 슈팅 하나 외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그가 기록한 8골 3도움은 모두 교체 출전했을 때 터진 공격포인트다. 경남에서는 교체 출전했다가 별 활약을 펼치지 못한 콜롬비아 공격수 조르단이 팀의 패배에 분노한 한 팬에 의해 차 타이어가 구멍 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 이동국의 감각적인 크로스와 스피드를 살린 이승현의 마무리







반지 세리머니를 하는 인천의 카카, 아니 빠울로 (사진=연합뉴스)


▲ K리그에 온 카카?(NEW FACE OF THE ROUND) | 빠울로(인천)
2-2 동점 상황이던 후반 32분, 설기현을 대신해 투입된 한 외국인 공격수의 등장에 인천축구전용구장이 술렁거렸다. 전광판을 통해 나타난 그 선수의 모습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엄친아’ 카카와 너무나 흡사했던 것. 지난 10일 인천이 영입한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빠울로였다. 빠울로의 비에 젖어 약간 곱슬해진 단발 머리와 185cm 가량의 체구, 뚜렷하면서도 늘름한 이목구비는 카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활약은 아쉬웠다. 첫 K리그 경기였던 탓인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빠울로는 남준재가 올린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단 한번의 찬스를 살려내며 팀의 새로운 영웅으로 등극한 것. 골을 터트리고는 골대 뒤에 있던 인천 서포터들과 함께 환호한 빠울로는 하프라인으로 돌아오며 카카의 전매특허인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찌르는 세리머니와 반지 세리머니를 반복했다. 그 모습마저도 영락없는 카카 판박이. 인천 팬들은 그 뒤 빠울로에게 빠카(빠울로+카카)라는 별명을 선사하기에 이르렀다.







봉동의 새마을지도자 인사드립니다 (사진=전북현대)

▲ 특별한 소품(STYLISH OF THE ROUND) | 새마을지도자 이흥실
수원을 상대로 승리하며 단독 선두 체제를 구축한 전북의 이흥실 감독대행은 경기 후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한가지를 되물었다. “한 전북 팬께서 선물을 주셨는데 여기서 잠시 써봐도 되겠습니까?”란 얘기와 함께 그는 가슴팍에 숨겨 둔 모자를 하나 꺼냈다. 과거 새마을운동 다시 어르신들이 쓰던 녹색의 새마을운동 모자였다. 이흥실 감독대행은 대표팀으로 떠난 최강희 감독의 뒤를 이어 전북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장님께서 떠나셨으니 나는 새마을지도자로서 전북을 잘 이끌어야겠다”는 말로 자신의 캐릭터를 잡아 온 터였다. 지난 6월 K리그 팬들과 함께 한 사회봉사활동에서 만난 한 전북 팬이 최근 이흥실 감독대행의 생일을 맞아 새마을지도자를 의미하는 그 모자를 선물한 것. 모자 뒤에는 이흥실이라는 이름이 수가 들어갔을 정도로 열렬한 팬이 보낸 특별한 선물이었다. “그 팬이 꼭 한번 써달라고 부탁해서 오늘 써 봤습니다”라며 부끄러운 미소를 짓던 이흥실 감독대행은 모자를 쓴 채 인터뷰장을 걸어나갔다. 봉동이장 최강희의 닥공에 미드필더 출신다운 섬세한 과정을 덧입힌 새마을지도자 이흥실은 초반 위기를 딛고 최근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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