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5일 일요일

추신수 일기<21> 클블 전 동료, 애런의 하소연, “추, 네가 어떻게…”








토론토와의 1차전 때 서른 번 째 생일을 맞은 추신수. 후반기 첫 경기를 생일과 함께 시작한 그의 올시즌이 어떤 결과물로 채워질지 궁금할 따름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후반기 첫 경기로 치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1차전 날이 제 생일이었습니다. 한국식 나이로는 서른 한 살, 미국식 나이로는 서른 살을 먹은 순간이었죠. 원정 경기 첫 날 맞는 생일에 혼자 보내는 걸 마음에 걸려했던 아내가 토론토까지 직접 와서 여기 계시는 지인들과 조촐하게 저녁 식사를 하며 축하를 해줬는데요, 원래 전 제가 받는 것보다 생일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탓에 아내가 없었다고 해도 크게 외로워하거나 아쉬움을 갖진 않았을 테지만 서른 살 맞는 생일은 아주 조금(?) 다른 기분을 갖게 하네요.


어렸을 때는 30이란 숫자가 너무 많은 나이인 것 같고, 나랑은 큰 인연이 없을 듯 했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전 어느덧 서른 살이 되었고 세 아이의 아빠로 분해 메이저리그 생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서른 살 보다는 서른한 살이, 서른 한 살 보다는 서른두 살이 더 즐겁고 행복할 거란 사실입니다. 왜냐고요? 제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게 틀림없으니까요^^.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탓일까. 큰아들 무빈이의 야구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현재 리틀야구에서 맹활약 중인 무빈이가 아빠를 따라 클리블랜드 홈구장에 나와선 아빠랑 같이 캐치볼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아주 잘 쉬었어요. 아이들과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하고 집에서 쉬고 먹고 놀면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습니다. 원정 경기를 위해 팀에 합류하니까 구단에서 의미있는 ‘선물’을 안겨주네요. 바로 클리블랜드 팀 내 전반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는 메시지였습니다. 79경기에 나와 타율 0.299에 10홈런 34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고 홈페이지에도 기사를 띄웠는데요, 솔직히 기분은 좋으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록과 관련된 숫자를 떠나서 초반에 너무 부진했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잘 극복해낸 데 대한 위로와 격려의 선물이 아닌가 싶어서였어요.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는 삼진이나 내야 땅볼로 아웃되는 상황들이 참으로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두 경기에서 안타가 없다 해도 실망하지 않는 강심장이 되었어요. 오늘 경기를 망친다면 또 다른 경기에서 그 망친 부분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요.


토론토와의 2차전 때 상대 선발이 애런 래피였어요. 애런 래피는 2010년까지 클리블랜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였습니다. 그 선수와 한 팀에 있을 때는 전 그 선수의 뒤통수만 보고 수비를 했습니다. 애런 래피는 마운드에서, 전 외야에 서 있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처음으로 애런 래피를 마주보고 서서 그의 공을 상대로 스윙을 하다 보니 잠깐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애런의 공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탁월한 완급 조절 능력을 선보이며 피칭하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애런 래피를 상대로 2루타를 쳤는데, 경기 후 그 선수가 나한테 농담 삼아 한 말이 이러했습니다. “추, 네가 어떻게 나를 상대로 2루타를 칠 수 있는 거지?^^”







토론토와의 원정 3연전에서 2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추신수. 아직 3할 타율을 찍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조급해 하지 않는다. 컨디션에 문제가 없는 이상 열심히 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이제 후반기 출발선에서 힘찬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전반기 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지는 후반기 일정에도 분명 파란만장한 사연들이 녹아있을 겁니다. 어떤 사연들이 제 야구 인생을 채워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전 어느 때보다도 더 큰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일기는 추신수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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