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롯데 양승호 “포스트 시즌부턴 더블 스토퍼 체제”








롯데 정대현(사진 좌로부터)과 김사율(사진=롯데)


삼성 이승엽은 말했다. “야구는 실수를 줄이는 싸움”이라고. 맞는 말이다. 투수는 실투를 줄여야 하고, 타자는 실투를 놓치지 말아야 하며, 야수는 실책을 최소화해야 한다. 포스트 시즌을 앞둔 팀이라면 실수뿐만 아니라 하나 더 줄여야 할 게 있다. 바로 부상자다.


올 시즌 롯데는 9월 18일까지 2위를 달렸다. 그러나 14일 광주 KIA전을 시작으로 7연패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선수들의 줄부상이 발목을 잡은 까닭이었다. 투수 쉐인 유먼은 왼발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으며 포수 강민호는 등, 허리 근육 경직으로 18일 이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1루수 박종윤은 광대뼈 실금 부상, 2루수 조성환은 복숭아뼈 상처로 역시 개점휴업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김주찬도 무릎이 좋지 않은 상태다.


부상에 발목 잡힌 롯데






롯데 선발 쉐인 유먼(사진=롯데)


내심 정규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려던 롯데 양승호 감독은 계획을 전면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양 감독도 “갑작스럽게 부상자가 속출하며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며 “플레이오프 직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이젠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야구계는 롯데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자와 마무리를 꼽고 있다. 먼저 부상자다. 앞서 기술한 대로 롯데는 에이스와 주전포수, 1루수, 2루수, 외야수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들의 팀 내 비중은 절대적이다.


외국인 투수 유먼은 올 시즌 28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 7패 평균자책 2.57을 기록했다. 롯데 투수진 가운데 유일한 10승 투수이자, 역시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 선발이다. 특히나 유먼은 포스트 시즌 진출 유력팀에 무척 강했다.


삼성전에 5번 나와 1승 1패 평균자책 2.27을 기록했고, SK전에서도 4번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 1.32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두산전에서도 3번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 4.12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포스트 시즌에서 유먼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먼의 포스트 시즌 활약 여부는 미지수다.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경기 중 왼발 통증을 느껴 강판했을 때만 해도 큰 부상이 아닌 것 같았다. 유먼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애초 양 감독은 10일 정도 휴식을 주면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재는 10월 초는 돼야 불펜피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다는 걸 고려하면 불펜피칭을 거쳐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엔 다소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유먼을 제외하면 그나마 부상 야수들의 회복세는 좋은 편이다. 최근 10경기에서 롯데는 경기당 2.2득점에 그치고 있다. 주축 야수들의 복귀가 절실한 상황이다. 양 감독은 “강민호, 박종윤, 조성환, 김주찬은 포스트 시즌에 이상 없이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가세하면 팀 타선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트 시즌 마무리는 ‘김사율-정대현’ 더블 스토퍼 체제”






롯데 최대성이 삼진을 잡고서 주먹을 쥐고 있다(사진=롯데)


그렇다면 마무리는 어떨까. 포스트 시즌처럼 단기전은 불펜 싸움이다. 2007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팀들인 SK, KIA, 삼성은 탄탄한 불펜야구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롯데처럼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한 팀이라면 불펜은 더 중요하다. 올 시즌 롯데는 8개 구단 삼성 다음으로 건실한 불펜진을 구축했다. 불펜진 평균자책도 삼성의 2.7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3.19를 기록 중이다. 마무리 김사율은 34세이브를 거둬 이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다 홀드 12위 안에 최대성(17개), 김성배(14개), 강영식(10개), 이명우(10개) 등 4명이 포진해 있다. 8월 초 가세한 정대현도 2승 5홀드 평균자책 0.77으로 맹활약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9월 14일 이후 롯데 불펜진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9월 14일 이후 최근 10경기에서 롯데 불펜진은 1승 3패 3홀드 1세이브 2블론세이브 평균자책 4.95를 기록했다. 이 기간 5회까지 앞선 3경기에서 팀 승리를 지켜지 못했고, 7회부터 9회까지 3이닝 피안타율이 3할4푼4리, 평균자책은 4.88이나 됐다.


무엇보다 마무리 김사율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김사율은 14일 광주 KIA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9회 8대 6 상황에 등판해 동점을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24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1대 0으로 앞선 9회 무사 1루에 등판해 1대 2 역전을 허용했다. 두 경기에서 승리 기회를 놓친 롯데는 SK와의 2위 치열한 싸움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부상자야 시간이 지나면 복귀한다지만, 마무리 불안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양 감독의 고민은 깊다. 최근 김사율이 흔들리자 많은 야구전문가는 ‘정대현 마무리론’을 주장한 바 있다. 양 감독은 “정규 시즌은 붙박이 마무리로 버틸 수 있지만, 포스트 시즌은 한 명의 마무리론 부족할 수 있다”며 ‘더블 스토퍼’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김)사율이의 페이스가 올라오기만을 마냥 기다릴 순 없다. 그리고 어차피 포스트 시즌에선 상대 타자 성향에 맞춰 마무리를 등판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더블 스토퍼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현재 입장은 일단 포스트 시즌에선 김사율과 정대현을 ‘마무리 투톱’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양 감독은 김사율의 부진을 대비해 최대성과 정대현을 마무리 테스트한 바 있다. 24일 삼성전에서 최대성을 9회 등판시켰다. 1대 0 박빙의 리드를 잘 지켜낼지 지켜봤다. 그러나 최대성은 선두타자 이승엽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김사율로 교체됐다. 하루 앞서 23일 사직 LG전에서도 3대 1로 앞선 9회 김사율을 등판시켰지만, 불펜엔 정대현을 대기시켜놨다. 여차하면 정대현을 투입할 참이었다. 하지만, 김사율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종료하며 결국 정대현 카드를 빼지 않았다.


‘김사율-정대현’ 체제를 가동한다고 양 감독의 고민이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양 감독은 정대현을 마무리로 활용할 시 중간계투요원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이다.


“정대현을 마무리로 돌렸을 때 과연 최대성, 김성배, 강영식, 이명우, 이승호가 6, 7, 8회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경기 중반 위기가 왔을 때 중간계투요원들이 무너지면 마무리가 등판하기 전 경기가 끝날 수 있다. 가뜩이나 최대성, 김성배는 시즌 내내 잘해줬지만,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 감독은 더블 스토퍼 체제가 될지언정, 김사율이 핵심 마무리를 맡길 원한다.


“김사율의 페이스가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더블 스토퍼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김사율이 마무리 역할을 해줘야 중간계투진이 강해질 수 있다. 시즌 중반에도 한 차례 흔들렸지만, 이후 페이스를 확 끌어올린 적이 있기에 김사율의 부활을 의심하지 않는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여전히 김사율을 신뢰하고 있다. 양 감독은 "시즌 중반에도 김사율이 흔들린 적이 있지만, 이후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했다"며 "우리 팀의 핵심 마무리는 누가 뭐래도 김사율"이라고 말했다(사진=롯데)


양 감독은 김사율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갖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서 불펜투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잔여경기에선 불펜투수들의 보직을 수시로 변경할 참이다. “불펜투수들을 앞에도 넣고, 뒤에도 넣으면서 언제 어떻게 투수들을 기용해야 할지 최종 점검할 생각이다.”


양 감독은 “불펜진에 젊은 투수들이 많아 큰 경기 경험 부족이 마음에 걸리지만, 준플레이오프만 잘 버티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과연 양 감독의 구상이 포스트 시즌에선 어떻게 현실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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