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7일 금요일

“류현진, 스카우트 20명 오면 160㎞ 찍겠던데”




“어제는 류현진을 위한 이벤트였나?”

롯데 홍성흔이 7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를 떠올리며 한 마디 했다. 대전구장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10개 팀의 스카우트가 방문했고 최근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하는 뜻을 나타냈던 류현진에게 롯데 타선은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8이닝동안 단 6개의 안타를 쳐냈다.

7일 양승호 감독은 “류현진을 초반에 무너뜨렸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유일하게 류현진에게 2안타를 뽑아냈던 선수는 조성환 뿐이었다. 2회 1루수 앞 내야안타, 8회 중전 안타를 쳐냈다.

그는 “어쩌다가 쳤을 뿐”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타석에 들어섰을 때 류현진의 메이저리그를 향한 열망을 몸소 느꼈다.

조성환은 “스카우트 20명 정도 오면 160㎞를 찍을 기세였다”라며 “현진이가 공을 던질 때 스카우트를 바라보면서 던지더라”며 우스갯소리까지 던졌다.

스카우트 팀의 방문은 롯데 타선에도 영향을 줬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홍성흔은 류현진을 공략하기 위해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류현진이 스카우트 팀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중심타선에는 강하게 힘으로 밀어부칠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하지만 예상 밖이었다. 강공을 예상했을 때 류현진은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조성환은 “스카우트 팀이 있으니까 우리도 계산이 헷갈리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스카우트팀을 고려해 예측한 것이 오히려 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면서 조성환은 “류현진이 정말 미국에 가고 싶었나보더라”고 말했다.

전날 류현진에게 2회 좌전 안타를 뽑아냈던 손용석은 “죽는 줄 알았다”며 타석에 섰던 느낌을 전했다. 어쩌다 배트가 나가 안타를 치기는 했지만 변화구가 떨어지는 각이 기막혔다. 손용석은 “사람 키만큼 떨어지던데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왼쪽 손목의 통증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강민호는 “내가 나갔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경기가 끝나고 류현진과 대화를 나눈 그는 “현진이가 안 나와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 빨리 메이저리그 가라고 내가 안 나갔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실제로 강민호는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6할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전구장에서도 경기가 끝난 뒤 버스로 이동하던 중 류현진 부모님에게 “현진이 어서 메이저리그 보내세요. 제 타율이 떨어진다니까요”라며 승리를 축하했던 그였다.

벤치에서 바라본 류현진은 확실히 달랐다. 강민호는 “강약 조절이 잘 됐다. 주자 있을 때 힘으로 밀어붙이고 주자가 없을 때 오히려 맞혀서 잡더라”고 평가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류현진의 피칭은 올시즌 최고 피칭이었다.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니까 잘 된 것 같다. 10승의 가능성이 좀 더 보이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다음부터는 중앙석에 스카우트처럼 외국인을 앉혀봐라’는 취재진의 농담섞인 말에 한 대행은 귀가 솔깃했다.

류현진 본인은 “설마 내가 스카우트를 바라보며 던졌겠나. 포수 미트를 보고 던졌다”며 웃어넘겼다.

<사직|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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