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FA를 잡아달라고 해야겠다.”
KIA 선동열 감독이 23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삼성 시절부터 FA 영입 없이 기존 유망주들을 키워서 쓰던 스타일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이다. 1999시즌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FA시장 초창기 시절 큰손으로 군림했던 KIA가 공세를 취한다면 올 시즌 후 FA 시장이 달아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도 있다.
▲ NC 변수, 일단 FA 신청은 적극적으로
지난해 FA 신청자는 총 17명이었다. 2005 시즌 이후 7년만에 사상 최대였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4년제 대졸자와 18개월 이상 병역 이행 선수들의 FA 자격 연한이 9시즌에서 8시즌으로 줄었다. FA 대박을 터트린 선수 대부분이 그동안 부진, 부상에 빠졌기 때문에 활발한 이적을 유도하는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또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시행된 2차 드래프트도 영향을 미쳤다. FA 신청자는 각팀 45인 보호명단에서 자동으로 제외됐다. 때문에 구단들이 FA 자격 유지, 혹은 자격 취득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FA 신청을 권장했다.
이런 흐름은 올 시즌 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4년제 대졸자 FA들이 꾸준히 나올 것이고 FA 신청 마감 이후 곧바로 NC가 기존 8개구단에서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지목한다. FA 신청자는 당연히 보호선수 20인에서 제외된다. 기존 8개 구단이 20인 제외 NC에 1명을 넘겨주는 건, 결국 준주전급 1명을 넘겨주는 것이기에 지난해 2차 드래프트 때보다 보호선수 명단 짜기에 더욱 고심을 할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올 시즌 후 FA 시장이 풍족해질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 대어급 충분, 최근 FA 야수들 성공사례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후 FA 시장에 나올 선수는 누구일까. 야수 쪽에 매물이 많다. 내야수로는 LG 정성훈과 SK 이호준, 외야수로는 롯데 김주찬과 LG 이진영이 있다. 지명타자로는 롯데 홍성흔도 있다. 투수로는 삼성 정현욱, 롯데 강영식 등이 있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어느 팀에서도 제 역할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선 감독의 FA 발언도 결국 야수 영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KIA는 한 방을 갖춘 야수가 부족하다. 이번 FA도 야수가 많다. 올 시즌 공격력이 부실했던 팀의 감독이라면 선 감독과 생각이 비슷할 수 있다.
실제 올 시즌 후 FA 시장에 나오는 홍성흔과 이진영은 역대 타자 FA 이적생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홍성흔은 올 시즌 늑골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으나 타율 0.291 14홈런 71타점으로 여전히 수준급 성적을 올리고 있다. 롯데 이적 후 장타력이 폭발하며 효자 FA의 상징이 됐다. 이진영도 올 시즌 LG가 치른 123경기 중 95경기에만 나섰다는 게 흠이지만, 타율 0.316 4홈런 53타점으로 성적은 괜찮다. 건강한 이진영은 여전히 수준급 외야수비와 3할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NC가 FA 신청자에 관계없이 FA를 3명까지 영입할 수 있다. 투수 보강을 중점적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FA 시장에 쓸만한 야수가 많다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 것으로 보인다. NC가 큰 손으로 나선다면 FA 시장이 지난해 이상으로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구단들도 NC에 예상치 않은 선수를 내줄 경우 전격적으로 FA 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 풀리지 않은 투수 FA 미스터리와 첫해 징크스
하지만, 여전히 FA 시장이 활성화되는 데는 걸림돌이 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투수 FA 미스터리와 첫해 징크스다. 역대 FA 투수들이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하든, 타 구단으로 옮기든 성공 사례가 드물었다.
그나마 최근 원 소속팀에 잔류한 일부 FA 투수들이 그럭저럭 제 몫을 했지만, 타구단 이적 투수 FA들은 이상하게도 집단적인 부진과 부상에 시달렸다. 올 시즌만 해도 SK에서 롯데로 옮긴 이승호, 정대현과 롯데에서 SK로 옮긴 임경완, LG에서 한화로 옮긴 송신영은 각 팀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그나마 정대현이 시즌 중반까지 개점 휴업하다 최근 제 몫을 하는 실정이다.
투수는 대체로 2~3년정도 제 몫을 하면 1년 정도는 부진하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투수가 조금만 투구 밸런스가 흔들릴 경우 부상의 위험이 따르고, FA 자격을 얻을 정도로 꾸준히 뛰어왔다면 FA 계약 전후로 한번쯤 피로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다. 또한, 투수와 야수를 불문하고 새로운 팀에 적응을 쉽사리 하지 못한 FA 이적생들이 매년 나온다는 건 여전히 각 구단들의 외부 FA 영입을 주저하게 하는 요소다.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FA 이적생들의 첫해 징크스가 지속되는 실정이다.
▲ 무늬만 FA와 구단들의 부담
구단에서 전략적으로 FA 신청을 유도받은 선수 중에선 사실상 선수생활의 기로에 놓인 베테랑들과 1군 붙박이로 버티기가 쉽지 않은 기량의 선수도 있다. 구단들은 당장 NC의 보호선수 지명과 FA 시장 과열양상에 맞춰 FA 신청을 유도했는데, 막상 FA 계약을 할 땐 헐값으로 계약하고 싶어도 FA 신분이라 몸값을 마냥 떨어뜨릴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올해 대부분 팀이 이런 고민에 빠질 수 있다.
분명 외형적으론 NC의 가세로 FA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 일이다. 치열한 눈치 싸움 속에서 두뇌회전이 빠른 팀과 선수만이 살아남는 ‘쩐의 전쟁’의 개막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올 시즌 후 FA시장에 나설 수 있는 홍성흔, 이진영, 정성훈, 김주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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