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1일 토요일

올스타전 '옥에 티' 박찬호 출전무산 내막





19일 오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한화 박찬호가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박찬호는 시즌 4승5패를 기록중이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7.19.



한화 선수단의 김남규 매니저는 20일 불길한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박찬호였다. 이 메시지는 2012 팔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중대 오점을 남기는 신호탄이었다.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서 올스타전 출전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김 매니저는 눈 앞이 캄캄했단다. 올스타전도 그렇지만 박찬호는 한화 선발진의 중대한 전력이기 때문이다.

"혹시 모르니 하루 더 지내보고 상태를 다시 체크하자"고 김 매니저는 권했다. 하지만 올스타전 당일 아침이 되어도 호전될 기미는 없었다.

결국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에 뽑혔던 박찬호의 출전 무산이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대신 김혁민이 투입됐다. 이와 함께 올시즌 올스타전의 빅이슈 하나가 날아가 버렸다.

야구팬들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박찬호가 올스타전에서 뛰는 모습을 본다는 기대감이 컸다. 박찬호 개인적으로도 한국 복귀 첫 해 올스타의 영광을 얻은 터라 손꼽아 기다렸던 축제였다.

모든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고, 프로야구 최고의 축제가 펼쳐지는 날 '옥에 티'로 남고 말았다.

한화 구단은 지난 19일 삼성전 등판 이후 왼쪽 허리에 경미한 염좌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른 듯하다.

생각보다 박찬호의 부상 정도가 우려스러울 수 있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게 감지됐다. 21일 박찬호는 올스타전이 열린 대전구장까지는 왔다.

올스타 유니폼을 갈아입고 팬들에게 인사라도 하려고 했지만 행사가 시작될 즈음 사복으로 다시 갈아입고 쓸쓸하게 귀가했다.

박찬호는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못했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는 게 한화 관계자의 귀띔이었다.

박찬호는 22일 서울 도곡동 베드로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기로 급하게 섭외했다. 이 병원은 박찬호가 미국생활을 할 때부터 개인 전담병원처럼 이용해온 곳이고, 박찬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만큼 자신의 허리부상은 이 병원에 맡기고 싶었다. 원래 22일은 일요일이라 병원이 휴진하는 날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친분이 있는 병원측에 통사정을 해 특별 진료를 받도록 간신히 허락받았다.

그래서 급하게 상경한 것이다.

박찬호의 허리부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일 SK전에서 선발 등판했다가 4회 피칭 중 갑자기 통증을 호소한 뒤 피칭을 재개한 적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에는 허리가 골칫덩어리였다.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내던 1998년 4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허리 통증이 일어나 침술치료를 받았다. FA를 앞둔 2001년에는 허리 통증을 참고 등판을 강행하다가 상태가 악화됐고 결국 2003년 허리 근육 파열로 시즌 아웃된 적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허리부상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박찬호는 시즌 초반부터 불길한 징후를 달고 지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올스타전 식전 이벤트로 한화 레전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한 정민철 2군 투수코치는 "박찬호는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골반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자주 불편하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친구이기도 한 정 코치는 지난 6일까지 1군 투수코치를 하면서 박찬호를 가장 가까이 지켜봐왔다. 정 코치는 박찬호의 허리부상원인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었으니까 그럴 것이다. 세월의 무게를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대부분 투수들은 나이가 들면 골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허리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정 코치의 설명이다.

그도 그럴것이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박찬호는 올시즌 한화에 입단해 힘든 여정을 거쳐왔다. 16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하기까지 에이스나 다름없는 역할을 했다. 등근육 부상으로 2주일간 이탈했던 에이스 류현진보다 1경기 더 선발 출전이 많고 총 이닝수(86이닝)와 투구수(1494개)는 류현진(95이닝 1544개) 다음으로 많은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14년이나 어린 류현진과 비슷하게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신체적으로 쉽지 않은데 팀 성적마저 만년 최하위로 도와주지 않으니 심신의 피로도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탈이 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한화로서도 박찬호의 부상이 커다란 악재다. 후반기 새출발을 기약하면서 오는 26일쯤 박찬호를 선발 등판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 볼 때 빠른 시일내 출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원투펀치를 형성하는 박찬호가 주춤하면서 한화도 흔들릴 우려가 크다.

박찬호는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올스타전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런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크다"고 안타까워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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