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2일 일요일

오승환 고의4구? 류중일 “이제 한번 더 생각”





삼성 오승환


1997년 개봉돼 널리 사랑받은 영화 넘버3. 극중 코믹한 3류 건달로 나오는 송강호는 똘마니들에게 헝그리 근성을 강조하며 최배달로 알려진 무도인 최영의 얘기를 꺼낸다.

“예,예, 옛날에 최영의 라는 분이 계셨어. 전세계를 돌며 맞장을 뜨셨던 분이셨지. 그분이 황소뿔 여러개 작살내셨어. 그 분 스타일이 딱 그래. 소 앞에 서면 ‘너 소냐. 황소? 나 최영의야. 그리고 바로 소뿔을 딱 잡아….”

삼성 오승환(30)은 최영의 같은 스타일로 공을 던진다. 앞뒤로 재가며 시간을 끄는 법이 없다. ‘너 타자냐. 난 투수야. ’ 그리고 직구 그립을 꽉 잡는다. 바로 돌직구를 꽂는다. 직구 던질테니 쳐보라는 식이다. 대부분 타자는 알고도 헛망방이를 돌린다.

황소도 때려잡을 듯한 기세로 돌직구를 던지는 오승환도 가끔은 타자를 피해간다. 오승환은 올시즌 고의4구 3개를 기록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앞으로 마운드에 오승환을 올려놓고 고의4구 타이밍이 온다면 조금 더 생각을 많이 하기로 했다.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레전드매치와 올스타전 행사에 참가한 류 감독은 지난 19일 전반기 최종전으로 열린 한화전을 복기하며 오승환과 고의4구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짚어봤다.

오승환은 5-5이던 9회 1사 2루에서 등판, 내야안타를 맞고 1사 1·3루로 몰렸다. 1실점하면 패전하는 상황. 타석에는 이날 3점홈런을 쳤던 이대수. 다음 타석에는 신인포수 이준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고의4구로 베이스를 채우는 것을 고려할 만했지만 오승환은 정면승부했다.

사실, 고의4구가 없었던 것은 벤치 사인이 나가는 과정에서 엇박자가 났기 때문이었다. 류 감독은 “사실, 고의4구를 생각했다. 그런데 이지영(포수)이 벤치 쪽을 보지 않았고, 작전을 내고 말고 할 사이도 없이 초구가 헛스윙되면서 그냥 승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과는 해피엔딩. 오승환은 시속 150㎞를 웃도는 돌직구로 이대수와 이준수를 연속 삼진으로 엮어내며 무실점으로 막고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류 감독은 “고의4구 때문에 패했다면 아마 잠도 못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게 최종전 에필로그의 전부는 아니었다. 류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 고의4구로 보내는 것과 참는 것 중 어느 게 나은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했다. 류 감독은 오승환이란 넘버1 마무리투수의 자존심과 경기결과의 상관관계도 계산했다.

류 감독은 전반기 최종전을 지난 4월24일 대구 롯데전에서 오승환이 무너졌을 때와 오버랩시켰다. 오승환이 2-0이던 9회 나와 6실점하며 패전한 날이다. 오승환은 2-1로 쫓긴 2사 2루에서 손아섭을 고의4구로 내보낸 뒤 황재균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로 무참히 무너졌다. 류 감독은 그 당시 고의4구를 내준 것이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진단했다.

류 감독은 오승환 앞에는 고의4구가 없다고 잘라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횟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글쎄, 오승환에게 아주 강한 타자라면 또 다르니 그땐 또 보긴 봐야지.”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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