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김지한]
18일부터 남아공 투어를 했던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구단 버스에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한 박지성(31)의 대형 사진을 그대로 담았다. 스폰서 업체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오히려 팬들은 반가워했다. 박지성은 나갔지만 맨유는 아직 박지성을 기억 속에서 완전하게 지우지 못했다.
경기에서도 그랬다. 프리 시즌 경기였지만 박지성 없는 맨유는 힘이 빠져 있었다. 헌신적인 역할을 할 선수를 찾는데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일본인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23)를 통해서도 알렉스 퍼거슨(71) 맨유 감독은 박지성을 머릿 속에서 떠올렸다.
◇ 답답했던 경기력 '박지성이 생각나'
맨유는 남아공에서 가진 프리 시즌 2경기에서 1승1무를 거뒀다. 그러나 내용은 화끈하지 못했다. 막 손발을 맞춘 탓에 맨유 특유의 화끈한 공격력과 조직적인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다.
물론 사정은 있었다. 웨인 루니, 루이스 나니, 파트리스 에브라, 애슐리 영 등 유로 2012에서 뛴 선수들이 남아공 투어에 참가하지 않았다. 또 톰 클래버리, 하파엘 다 실바, 다비드 데 헤야 등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이번 투어에 없었다. 빈 자리는 로버트 브래디, 프레데릭 베슬리, 제세 린가드 등 20세 안팎의 젊은 선수들이 채웠다.
그래도 과거 프리 시즌 경기에서도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어떤 경기에서든 활발한 경기력을 보였던 박지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 '박지성같은 선수' 시간 더 필요해
박지성이 뛴 위치에는 안데르손(24), 제시 린가드(20)가 출전했다. 아약스 케이프타운과의 경기에서는 안데르손이 측면, 중앙을 오가면서 공·수 조율을 이끌어 박지성같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20살 신예 린가드는 아마줄루전 선발에 이어 아약스 케이프타운전에서 안데르손과 교체 투입돼 두 경기 연속 활약했다.
그러나 박지성같은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시기 때문에 그랬는지 둘은 박지성처럼 전투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 '박지성처럼' 가가와 기대하는 퍼거슨
새롭게 가세한 가가와 신지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아마줄루전에서 5분도 못 뛴 가가와는 아약스 케이프타운전에서 선발 출장해 77분간 뛰며 활약했다. 짧은 시간에 팀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몇차례 인상적인 패스도 있었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려 하는 플레이도 있었다. 후반 15분에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크로스를 받아 결정적인 헤딩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그런 가가와를 지켜보며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떠올렸다. "좋은 활약이었다. 빠르고 지능적인 선수다"고 만족해하며 "박지성과 정말 닮았다. 박지성과 가가와 모두 규칙을 중시하고 열심히 훈련한다. 프로정신이 투철하다"고 말했다. 퍼거슨 감독은 가가와의 모습에서 박지성을 기억하고, 새 시즌에 박지성같은 활약을 펼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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