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4일 화요일

스코틀랜드가 영국 단일팀을 응원하지 않는 이유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헐크와 얘기를 나누는 영국 단일팀 주장 긱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기다림은 끝났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 개막되면 542명의 '영국 팀' 선수들이 26개 종목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영국은 사이클, 조정, 요트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이며, 육상과 수영을 비롯한 다른 여러 종목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목인 축구에서는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의 대표팀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정말 놀랍다. 이번 대회에서 1백만 장이 넘는 입장권이 아직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 팬들은 그들의 축구 팀을 응원해야 할지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세네갈, 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속한 영국은 메달 획득은 커녕 조별 리그 통과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스페인과 브라질이 메달권에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영국도 전력을 모두 가동할 수 있다면 준결승에 오를 수도 있겠지만 피어스 감독이 뽑은 대표팀은 대회를 앞두고 급조한 2진급 선수단처럼 보인다. 최근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2로 완패한 영국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실력 차이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런던이 2012년 대회 개최권을 얻었을 때부터 축구 팀 문제는 항상 뜨거운 화제였다. 이번 대표팀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잉글랜드 밖에서 봤을 때,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축구 단일팀은 지난 7년 동안 영국을 분열시킨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를 제외한 다른 3개국(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축구협회들은 올림픽 개최국이 발표된 순간부터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FIFA에 따로 가입한 4개국 협회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제프 블라터 회장의 입장이 계속 바뀐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는 처음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잉글랜드 선수로 구성된 팀으로 참가해야 한다"더니, 단일팀을 구성하면 영국내 4개 협회의 독립적인 지위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각국 축구협회들은 선수들의 출전을 막을 순 없었지만 그러지 못하도록 조언을 할 순 있었다. 결국 웨일즈 출신 선수 5명과 잉글랜드 출신 선수 13명으로 구성된 스쿼드가 발표됐다. 스코틀랜드나 북아일랜드 출신 선수가 선발되지 않았지만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나을 수도 있는 경우였다.







브라질과의 평가전에 나선 영국 단일팀 베스트 11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스코틀랜드 축구팬들 대부분은 이번 올림픽에서 '영국 팀'을 응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단일팀이 잉글랜드 대표팀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난 스코틀랜드 출신이지만 지금까지 8년 동안 잉글랜드에서 살았고, 축구 외에도 농구를 매우 좋아한다. 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영국 농구 대표팀의 열혈 서포터이기도 하다. 경기장에 직접 찾아가서 경기를 지켜본 적도 꽤 있고 그럴 때마다 영국 유니폼을 입고 갔다. 스코틀랜드 선수가 두 명 밖에 없는 영국 농구팀을 응원하는 내가 왜 영국 축구팀은 응원하지 않는 걸까?


영국에서 축구는 단지 운동경기가 아닌 삶의 한 방식이며, 국민들은 평소보다 축구팀을 응원할 때 더 애국적인 사람이 된다. 스코틀랜드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잉글랜드가 실패하길 바라는 게 축구팬으로서 삶의 일부라는 걸 깨닫게 된다. 텔레비전을 통해 잉글랜드의 우월함에 대해 항상 세뇌당하고 있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스포츠 종목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없는 국가로선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영국'이란 깃발을 내세운 대표팀을 응원하라고들 하지만, 잉글랜드 U-23 대표팀에 웨일즈 선수 한두 명을 끼워넣은 오합지졸을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순 없는 거다.


하지만 영국 축구팀의 정체성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건 스코틀랜드 사람들 뿐만이 아니다. 영국 팀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대표팀은 급조됐고 18인 스쿼드에 선발된 선수들의 면모는 전혀 흥미진진하지 않다. 같은 조의 우루과이만 봐도 루이스 수아레스와 에딘손 카바니를 전방에 내세우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미들즈브러의 리버사이드 경기장에서 영국 팀을 압도했던 브라질 선수들은 2014년 월드컵의 주역이 될 대표팀이었다. 브라질은 항상 올림픽 축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왔다. 올 여름 대회에서도 영국 팀보다는 남미 팀들한테 더 많은 걸 기대하는 게 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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