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일 월요일

오판이 부른 한화 추락, "중장기적인 리빌딩 절실"







[OSEN=이상학 기자] "요즘 한화 경기 중계가 가장 힘들다". 

각 방송사 야구 해설위원들은 요즘 한화 경기를 중계하는 게 곤혹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수위 조절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최하위이지만 순위와 전력을 떠나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속출한다. 해설위원들도 '말 조심' 하는 게 한화의 현실이다. 

최하위 한화가 늪에서 헤어날줄 모르고 있다. 지난 24일 대전 두산전부터 1일 대전 KIA전까지 6연패. 시즌 두 번째 6연패로 25승43패1무 승률은 3할6푼8리다. 구단 역사를 통틀어도 창단 첫 해였던 1986년(0.290)과 2009년(0.346) 이후 3번째 낮은 승률. 승패 마진은 '-18'로 올시즌 최악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공동 6위에 오르며 탈꼴찌에 성공하고, 박찬호·김태균·송신영 영입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2012년이 '악몽의 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마저 실패한다면 벌써 5년째 4강 진출 실패.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과연 해결책은 없을까. 

▲ 판단 착오, 세대교체 실패가 부른 추락

A 해설위원은 한화의 추락을 판단 착오에서 찾았다. 그는 "시즌 전 한화를 4강으로 예상한 요인이 모두 빗나갔다. 외국인 투수들과 송신영의 부진, 젊은 선수들의 더딘 성장세, 지난해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들의 부진이 겹쳤다"며 "박찬호·김태균 활약하고 있지만 팀과 플러스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이 나온 경기에서 5할도 안 되는 승률로는 현실적으로 이기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화는 올해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13경기에서 4승9패로 승률이 3할8리에 불과하다. 이어 그는 "류현진과 김태균을 제외한 한화의 평균 연봉을 보라. 냉정하게 봐서 한화가 아닌 다른 팀에서 주전을 차지할 만한 선수가 얼마 있는가. 한대화 감독이 처음 온 3년 전부터 리빌딩을 목표로 했는데 어느 순간 리빌딩이 끝난듯 우승이니 4강이니 목표를 설정한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었다. 단기간에 기대치를 너무 높인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B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한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거부터 선수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인을 키우기보다는 외부에서 나이 많은 선수, 당장 급하게 쓸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며 팀이 정체돼 버렸다. 군입대 선수 관리 계획도 전혀 안 됐고, 다른 팀과 비교할 때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유망주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며 "작년에 팀을 이끈 선수들의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몇몇 선수들은 좋아졌지만 확실하게 치고올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딘 세대교체, 군입대 관리 실패, 유망주 육성 실패가 한화의 추락을 불렀다는 지적이었다. 

C 해설위원은 "한화의 추락은 단기간 생긴 문제가 아니다. 장기간 쌓이고 쌓인 문제다. 1999년 우승 이후 4강도 몇 번 올랐지만 계속 하위권이었다. 우승할 여력이 안 되는데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 집착하다 보니 세대교체에도 실패했다. 한화가 상위 순위로 지명해서 키워낸 선수가 과연 얼마나 있나. 김태균·류현진말고는 없다"며 "구단 고위층에서도 야구를 쉽게 생각해선 안된다. 우승할 능력도 안 되는데 우승하라고 하면 무리수가 나오게 되어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한화는 4강을 넘어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물론 현장이 아닌 프런트의 목표 설정이었다. 벤치에서 조급해하고 무리수를 던지는 이유 중 하나. 올해 한화는 투수교체 실패와 주루 미스가 어느 때보다 많다. 

▲ 장단기적 해결책은 없나

A 해설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지금 이 구조와 분위기에서 극복할 방법이 없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할 수 있는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답이 있으면 이미 그 답을 갖고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답답해 했다. B 해설위원도 "솔직히 말해서 단기간에는 방법이 없다"고 동조했다. C 해설위원 역시 "지금 문제는 오늘 내일 문제가 아니다. 진단을 잘해 처방을 내려야 한다. 정확하고 냉철하게 진단한 다음 장기적으로 단기적으로 플랜을 짜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장기적으로는 역시 길게 내다보고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 A 해설위원은 "결국은 시간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다른 팀들과 비교를 해봐야 한다. 다른 7개 구단과 비교해서 투수력·타력·수비력·주력·선수층을 보면 이기기 쉽지 않다는 걸 느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를 아는 것이다. 그 다음이 상대를 분석하는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 단기간에 4강 또는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그 어떤 감독이 와도 힘들다. 한 마리 토끼부터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B 해설위원도 "2~3년 동안 재정비한다는 생각으로 팀을 꾸리는 것밖에 없다"며 "롯데가 김해 상동에 2군 전용연습장이 생긴 후 유망주들이 많이 성장했다. 그동안 롯데는 훈련량이 부족했는데 훈련할 수 있는 여건과 시간이 넉넉해지자 선수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훈련장이 없어 시간에 쫓긴 나머지 2~3시간 잠깐 훈련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젊고 어린 선수들에게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화는 충청남도 서산에 2군 전용훈련장을 짓고 있다. 오는 10월말까지 공사를 마친 뒤 11월부터 마무리 훈련을 이곳에서 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서산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는 게 그나마 희망적이다. 

C 해설위원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만한 문제는 아니다. 인적·시설 인프라를 키워서 잘 대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쌓여있는 문제를 하나둘씩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젊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고 키워내는 수밖에 없다. 즉시 전력 선수를 다른 팀에 주는 한이 있더라도 젊은 선수를 데려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4강이 어렵게 된 만큼 구단이 방향 설정을 잘해야 한다. 남은 기간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젊은 선수들을 양성하는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waw@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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