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일 일요일

박지훈 “슈퍼루키? 고교땐 주전자만 날랐죠”





KIA 신인 투수 박지훈은 늘 담담하다. 프로 첫 승을 올렸을 때도,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 실점했을 때도, 표정에 변화가 없다. 그만큼 냉정한 승부사 기질이 돋보인다. 박지훈은 스포츠동아와의 트위터 인터뷰에서도 성격대로 차분하게 팬들의 질문에 답해나갔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 한때 야구포기 결심도…훈련 통해 피칭 눈 떠

초등 야구교실서 만난 선감독님 또 뵐 줄이야


신인 박지훈(23·KIA)은 덕아웃에서 선이 고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예의바른 인사, 절제된 말투, 대학을 졸업하고 입단해 조금 여유가 있어 보이긴 했어도, 아직은 신인이었다. 그러나 공을 잡는 순간 모든 것은 달라졌다. 프로 첫 승을 올렸을 때도

담담했다.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 실점했어도,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런 박지훈과 트위터 인터뷰를 알리자 단 며칠 새 수백 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선하게, 그리고 잘 생긴 신인은 마운드에만 오르면 냉정한 승부사가 된다. 물러서지 않는 투지가 매력적이다. 성격대로 그는 차분한 어조로 팬들의 질문에 답해나갔다. 워낙 야구를 못해 포기하고 싶었던 학창시절, 선동열 감독과 처음 만난 초등학교 5학년, 그리고 마운드에선 타자의 이름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투지까지,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박지훈이 직접 뽑은 친필 사인볼(맥스스포츠 제공)을 받을 팬은 @jungho77, @dpvlrgkdllove, @tbwn3550다.

-삼성 오승환 선수처럼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평소 무뚝뚝한 성격인가요? 오승환 선수와 참 비슷해 보입니다. 7년 선후배 사이라고 하던데 친분은 조금 있나요?(@dpvlrgkdllove)

“친한 사람들과 있으면 잘 웃어요. 야구장에서도 훈련할 때는 잘 웃는 편인 것 같은데…. 오승환 선배님은 대학 선배(단국대)세요. 제가 한참 후배고, 함께 학교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저만 선배님을 잘 알고 있었죠. 프로에 와서 경기장에서 인사 드렸어요. 닮았다고요? 저야 굉장히 기분 좋은 말이죠. 많이 닮고 싶어요. 그리고 많이 따라가고 싶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어떤 의미로 느껴지세요? 타지역 출신이라서 다른 구단 팬이었을 것 같아요. 이제 KIA 선수로 팀이 어떤가요.(@wonder2pm1)

“굉장히 강해 보이잖아요. 분위기가. 입단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전통이 있고 매우 엄격할 것도 같고. 조금 심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입단 후에 깜짝 놀랐어요. 선후배 관계가 너무 좋아요.(1라운드에서 KIA 지명이 확정됐을 때 굉장히 심각한 표정이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고 하자) 그것 때문에 욕 많이 먹었어요.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고요. 집에 가는 길에야 ‘아, 이제 내가 프로, KIA 선수가 되는 구나’ 그렇게 실감이 났습니다.”

-‘딸 바보’가 아니라 ‘동생 바보’로 유명하던데요?(@jungho77)

“여동생과 열한 살 터울이에요. 이제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엄마, 아빠가 제가 야구한다고 뒷바라지 하시느라고 동생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쓰셨어요. 항상 미안했죠. 요즘에는 오빠가 그래도 TV에 조금 나온다고 학교에서 자기 인지도가 올라갔다고 자랑해요.(웃음)”

-주무기 스플리터는 어떻게 배웠나요. 혹시 스스로 습득한 건가요?(@FantasistaAllez)

“사실 저도 이게 포크볼인지, 스플리터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립은 반포크볼에 더 가까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는 보시는 분들마다 다른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배웠어요. 투수코치께서 ‘이거 이렇게 해서 이렇게 던져봐!’ 그러셔서 ‘예!’하고 던지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손에 익혀졌습니다. 제가 일본투수들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박지훈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야구 관련 책을 잔뜩 구입하기도 했다) 그들이 던지는 영상도 많이 봤고, 닮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봉황기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물주전자만 날랐다면서요? 그때 야구를 포기하고 싶었다고 들었어요.(@tbwn3550)

“사실 그만두고 싶었어요. 제가 지금 감사하게도 프로 첫 해에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지만, 사실 야구를 계속 못 했어요. 처음부터 쭉 계속 못 했던 것 같아요. 마운드에 올라가면 대부분 포볼 2개 내주고 내려왔어요. 항상 배팅볼만 던졌고…. 고등학교 2학년 마지막 경기였는데 ‘이제 3학년인데 더 이상 어렵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고, 집에 와서 부모님께 의논 드렸죠.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잘 안되더라고요. 대학 때도 처음에는 정말 못 던졌어요. 그러다가 훈련에 적응해나가면서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로 1군 무대 마운드에 처음 올랐을 때, 그리고 첫 승리 투수가 됐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vangoghhhh)

“승리투수는 사실 제가 선발로 등판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된 거라서 큰 감흥은 없었어요. 예전에 팬으로 참 좋아했던 이승엽(삼성) 선배에게 공을 던질 때가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첫 등판도 점수차가 굉장히 많이 나는 상황이었어요. 그냥 담담하게 던지고 내려왔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상대했던 타자들 중에 가장 승부하기 어려웠던 선수는 누구인가요? 그리고 꼭 이 선수만큼은 잡고 싶다고 느낀 타자는요?(@tripleH0821)

“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는 상대가 없어요.(웃음) 사실 누구누구에게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 똑같은 타자라고 생각하고 공을 던지려고 해요. 저는 그렇게 배웠어요. 그래서 꼭 어떤 타자가 까다롭게 느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선동열 감독님과 야구교실에서 찍은 사진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어요!(@1985karma)

“하하하. 비가 와서 경산볼파크 실내에서 했었어요. 모두 잘 기억하고 있는데,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솔직히 어렸을 때고, 일본에서 은퇴하고 막 돌아오셨을 때라서 그렇게까지 위대한 기록을 남긴 투수였는지 몰랐어요. 기억이 많이 남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다시 뵙고.(웃음)”

-앞으로 어떤 투수가 되고 싶어요?(@somisolleh)

“지금은 (윤)석민 형처럼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 그리고 더 경험을 쌓아서 서재응 선배님처럼 완급조절로 타자를 이길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야구는 천직…지도자 생활 할 것”

30년 뒤 그리는 나의 모습은?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그냥 수업 듣기 싫고, 숙제도 하기 싫고, 학원도 다니기 싫고, 멋도 모르고 야구가 좋아서 그렇게 해가지고 야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겁니다.”

KIA 박지훈?

▲생년월일=1989년 9월 21일

▲키·몸무게=182cm·82kg(우투우타)

▲출신교=본리초∼대구중∼경북고∼단국대

▲프로 입단=2012신인드래프트 KIA 1라운드 4번 지명·입단

▲계약금=2억원

▲2012년 성적(1일 현재)=28경기 2승2패1세이브9홀드 방어율 2.51(43이닝 30탈삼진)


정리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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