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을 바라보는 NC, 그 중심엔 2차 드래프트 이적생들이 있다.
정규시즌이 절반을 넘어섰다. 아직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순위표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2일까지 1위 삼성부터 7위 LG까지 승차는 4.5게임차에 불과하다.
숨막히는 순위표에서 시선을 돌려 퓨처스리그(2군) 순위표로 가보자. 남부리그에서 한 팀이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바로 내년 시즌 1군에 들어올 프로야구 제9구단 NC다. 34승2무20패로 승률 6할3푼을 기록중이다.
▶NC 위해 도입된 2차 드래프트, 결과는?
2013년 1군에 들어올 NC의 선전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NC는 우선지명 2명과 2라운드 후 특별지명 5명 등 신인드래프트부터 이점을 가졌고, 상위순번에서 좋은 신인들을 획득할 수 있었다.
2차드래프트 2라운드에 NC에 지명된 사이드암투수 이재학. 이재학은 9승무패 평균자책점 1.49로 다승-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며 퓨처스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사진제공=NC다이노스 |
하지만 핵심 전력은 따로 있었다. 아무리 2군이라 하더라도 신인선수들과 프로 물을 먹어본 선수들과의 기량차는 현격한 법. 물론 프로 경험이 있는 방출생들을 신고선수로 받았지만, 이들보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까지도 정식선수로 1군에서 뛰던 '2차 드래프트 이적생'들이다.
2차 드래프트는 지난해 11월 말 사상 처음으로 실시됐다. 다른 구단에 소속된 선수를 지명하는 일은 그동안 국내 프로야구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당초 2차 드래프트는 신생구단 NC의 전력수급 방안 중 하나로 떠올라 전격 도입됐다. 하지만 한국식 '룰5 드래프트'에 걸맞게 2군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팀 간 전력 평준화를 이끌어내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옮긴 선수들이 새 소속팀에서 자리잡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Win-Win)하는 길이었다. 2년에 한 번씩 열기로 했지만, 순기능이 강조되면 제도의 확대를 고려할 만도 하다.
2차 드래프트의 도입을 이끈 NC는 신생구단의 특전으로 3라운드 이후 5명을 특별지명할 수 있었다. 총 8명을 데려올 수 있었던 NC는 7장의 카드를 썼다.
2011시즌 내내 1군과 2군 경기를 돌아보며 타구단 선수들의 정보를 수집한 스카우트팀의 작품이었다. 7명을 지명한 뒤 '이젠 됐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포기를 외쳤다. 원했던 선수들을 충분히 데려온 상태였다.
▶이재학-조평호, 2013년 NC 투타의 중심이다
NC의 4번타자로 자리잡은 2차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 조평호. 사진제공=NC다이노스 |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NC의 첫번째 선택은 바로 넥센 외야수 조평호. 공익근무를 마치고 시즌 도중 팀에 합류한 조평호는 전형적인 2군 선수였지만, 복수의 팀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던 카드였다. 장타력을 갖춘 키워볼 만한 유망주였다.
조평호는 스카우트들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1루수로 옮겨 팀에서 가장 많은 54경기에 나서 타율 3할6리 6홈런 20타점을 기록중이다. 남부리그 타율 2위, 홈런 공동 2위다. 시즌 초반 주로 5번타자로 나서다 이젠 아예 팀의 4번 자리를 꿰찼다. 당장 내년 시즌에도 팀의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선택은 두산의 사이드암투수 이재학이었다. NC 스카우트진은 1라운드 지명 후 한바퀴를 돌아 2라운드 마지막 순번까지 이재학이 남아있자 쾌재를 불렀다. 재활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지만, 몸상태가 돌아왔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재학의 페이스는 조평호를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 퓨처스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3경기서 9승무패 평균자책점 1.49로 양대리그를 통틀어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독보적인 1위다. 프로에서 덜덜 떨던 지난 2010년 신인 시절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이젠 당당히 2013시즌 NC의 1선발 후보다.
6라운드에서 지명한 포수 허 준과 7라운드에 지명한 왼손투수 문현정 역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잡고 있다. 허 준은 신인 김태우와 함께 주전 마스크를 나눠 쓰고 있고, 문현정은 왼손 필승조로 활약중이다. 둘 역시 1군으로 돌아가는 2013년을 바라보고 있다.
분명 올시즌은 NC에게 '준비 기간'이다. 지금 선수들 중 1군에서 살아남을 선수는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선수 3명과 보호선수 20인 외 지명선수 8명이 팀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2군에서 절치부심하며 1군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2차 드래프트 이적생들도 이들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줄 것 같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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