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4일 월요일

K리그 32R 어워즈ㅣ원칙과 감정 사이, 심판 권위주의에 묻다








데얀의 2골 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거두며 선두를 이어간 서울 (사진=FC서울)

[풋볼리스트] 도망가는 서울과 추격하는 전북의 싸움이 볼만 하다. 승점 5점 차를 두고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치는 두 팀은 31라운드에 이어 32라운드에서도 나란히 역전승을 거뒀다. 서울은 홈에서 포항에 3-2, 전북 역시 홈에서 경남에 2-1로 승리했다. 쉽게 좁혀지지 않는 차이. 두 팀은 33라운드에서 서로 다른 상상을 하고 있다. 울산 원정에 나서는 서울로서는 격차를 더 벌이고 싶을 테다. 홈에서 수원을 상대로 하는 전북은 그 반대 상황을 꿈꾼다.


최하위 강원은 우울하다. 강제 강등에 강하게 반발하며 리그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 15위 상주가 2경기 연속 몰수패(0-2)를 당했지만 강원은 최하위 탈출에 번번히 실패하는 모습이다. 31라운드에서 인천에 패한 강원은 홈에서 열린 32라운드에서도 성남에 0-1로 패했다. 그 사이 전남, 대전 광주는 차곡차곡 승점을 쌓으며 강원과의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13위 대전과 7점, 14위 광주와 4점 차인 강원은 이대로면 다음 시즌을 2부 리그에서 맞아야 한다. 그 동안 강원의 재정을 지원해 준 남종현 대표이사마저 사임의사를 밝히며 팀은 더 큰 위기에 몰렸다.







전북도 이승현의 역전골로 승리하며 서울을 쫓아갔다 (사진=전북현대)

3위 싸움도 오리무중이다. 홈에서 부산과 1-1 무승부를 기록한 울산은 3위를 유지했지만 제주를 꺾고 승점 3점을 추가한 수원에게 승점 1점 차의 추격을 허용했다. 서울에게 패한 포항은 일보 후퇴한 상황. 그 아래의 부산, 제주는 목표로 한 3위권 싸움마저 멀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라운드에도 상주 상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미 2경기가 몰수패로 끝나 버린 상황에서 이제 남은 12경기를 치르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다행이라면 상주가 다음 시즌 2부 리그 참가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했다는 사실. 상주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프로축구연맹과의 합의를 통해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요구하는 클럽 라이센스를 충족시키고 독립법인화를 완료하는 조건으로 1부 리그 승격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상주는 강제 강등을 일단 수용, 다음 시즌을 2부 리그에서 출발하는 대신 연맹은 향후 승강제가 시작될 경우 상주가 1부로 승격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 2012 현대오일뱅크 K리그 32R 어워즈







▲ 최고의 11인 (TEAM OF THE ROUND)
GK: 정산(성남).
32라운드에서 유일한 무실점 승리를 만든 골키퍼. 홈팀 강원의 저항이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흔들리던 수비라인을 이끌며 클린시트를 기록한 것은 의미 있었다.


RB: 이용(울산). 이승렬의 멋진 골을 이끌어 낸 예리한 크로스로 4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측면을 지켜내며 자신의 기본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냈다.★ 이용의 낮고 예리한 크로스가 이승렬의 발리 슛을 만났을 때


CB: 알렉산드로(대전). 대전 수비 안정화의 일등공신. 알렉산드로가 K리그에 완전히 적응하자 유상철 감독은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수비라인을 전환했고 대전은 꾸준히 승점을 쌓으며 강등권에서 도망가고 있다.


CB: 심우연(전북).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정적인 슛을 한 차례 만들어냈고 후반 22분에는 헤딩 패스를 통해 이승현의 결승골을 도왔다.

★ 이승현의 역전골을 도운 심우연의 우월한 헤딩


LB: 최호정(대구). 광주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전반 26분, 지넬손의 프리킥이 문전혼전 상황으로 이어지자 본능적인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번 라운드의 가장 멋진 골 중 하나.


CM: 하대성(서울). 하대성이 최고의 컨디션일 때 서울의 경기력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 지를 포항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몰리나가 부진해도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해주고 직접 2선에서 침투해 득점을 만들어내는 등 자신의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

★ 최태욱의 크로스에 맞춰 수비 뒤로 돌아 들어가 마무리한 하대성의 동점골


CM: 김성준(성남).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모든 목표를 놓친 성남이 유일하게 만족할 만한 영입. 왕성한 활동량으로 허리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오게 만들고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중요한 공격포인트를 올린다. 강원전에서도 결승골을 기록했다.


LM: 한지호(부산). 들소처럼 뛰어다니며 상대 수비를 힘들게 만들었고, 찬스가 나면 스프링처럼 치고 나가 공간을 흔들었다. 선제골 장면에선 완벽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전반에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은 장면에서의 침투도 돋보였다.

★ 스프링처럼 치고 나간 한지호, 이게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RM: 최태욱(서울). 부상을 입은 한태유를 대신해 투입된 최태욱은 오른쪽 측면을 휘젓고 다녔다. 특유의 준족과 정확한 킥은 최근 높아진 집중력과 넓어진 시야로 더 위력을 발휘했다. 하대성의 동점골을 도왔고, 데얀의 쐐기골도 그의 패스에서 출발했다.


AM: 이상호(수원). UAE에서 복귀한 뒤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던 이상호는 제주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적극적인 자세와 집념으로 선제골을 만들었고, 수비가 집중된 상황에서 연결한 패스로 스테보의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 최선의 수비가 최고의 공격임을 보여준 이상호의 선제골


ST: 데얀(서울). 역전골은 그렇게 폼 나지 않았지만 고요한에게 패스를 찔러 준 뒤 곧바로 득점을 위한 위치를 찾아가는 특유의 능력이 돋보였다. 쐐기골은 빠른 판단과 상대 수비, 골키퍼와의 수 싸움에서 모두 승리한 골이었다.

★ 데얀은 데얀이다. 빠른 판단과 마무리가 돋보인 쐐기 골


SUB: 최은성(전북) 강민수(울산) 이윤표(인천) 강승조(경남) 레이나(성남) 이승현(전북) 스테보(수원)







딸 페트라를 안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데얀 (사진=FC서울)

▲ 최고의 선수 (PLAYER OF THE ROUND) | 데얀
7월 이후 데얀의 득점 기록을 분석해 보자. 13경기 중 9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했고 총 14골을 터트렸다. 멀티 골은 다섯 차례(2골 5회). 원정에서도 강했다. 다섯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가리는 것 없는 전천후 킬러다. 포항전에서 결승골이 된 쐐기골은 데얀의 능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상대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빠르게 치고 들어가며 기회를 만드는 판단력. 가벼운 볼 터치로 조란을 제치는 데 성공한 그는 여기서 또 한번 기막힌 판단을 했다. 일반적이라면 오른발을 이용해 먼 쪽 포스트를 향해 감아 찼겠지만 데얀은 오히려 가까운 포스트를 향해 깔리는 슛을 때렸다. 골키퍼 신화용의 예측에 혼란을 준 그의 결정은 골로 이어지며 성공했다.


▲ 최고의 경기 (MATCH OF THE ROUND) | 울산 2-2 부산
솔직히 말해 90분 그 자체를 놓고 봤을 땐 최고의 경기는 아니었다. 홈팀 울산은 지나치게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하는 단조로운 공격 루트를 선택했다. 원정팀 부산은 특유의 선수비 후 빠른 역습 전략을 펼치며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었지만 그들의 질식수비는 전만큼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진 못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짧은 순간에 주고 받는 임팩트가 강했다. 특히 골 장면이 일시에 몰리며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후반 시작 1분 만에 부산은 최광희의 크로스를 받은 한지호가 부드러운 2차 동작으로 골을 만들며 앞서갔다. 이어진 반격에서 울산은 이용이 올린 크로스를 이승렬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불과 3분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다음 하이라이트는 종료 직전의 5분 간이었다. 부산은 후반 44분 박종의 코너킥을 김한윤이 헤딩골로 연결하며 다시 앞서갔다. 곧바로 추가 시간에 돌입한 탓에 부산은 자신들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울산의 의지가 패배를 용납하치 않았다. 추가시간 종료를 앞두고 골키퍼를 제외한 전원이 공격에 가담해 잇달아 부산 골문을 위협하던 순간 마라냥의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흐르자 옆에서 기다리던 강민수가 차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에 울산은 5개, 부산은 3개의 슛을 시도했는데 모두 유효슈팅으로 이어질 만큼 집중력이 높았다. 시작 후 5분, 종료 전 5분을 조심하라는 축구계의 영원한 속설, ‘5분 레시피’가 만든 짜릿한 승부였다.

★ 심장이 쫄깃해진 후반의 명승부, 울산과 부산의 대결


▲ 최고의 골 (GOAL OF THE ROUND) | 서동현(제주)
프로 7년 차인 서동현은 미완의 대기였다. 2006년 수원에서 데뷔, 2008년 13골을 넣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모두의 입을 놀라게 하는 엄청난 플레이도 종종 보였다. 하지만 기복이 심했다. 들쭉날쭉한 플레이와 찬스에서의 결정력 부족으로 좀처럼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2012년은 서동현에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제주로 이적하며 분위기를 일신한 그는 꾸준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박경훈 감독이 기대를 걸고 영입한 외국인 스트라이커 호벨치(방출)와 마르케스의 부진을 그나마 서동현이 메워주고 있다. 친정팀 수원을 맞이한 서동현은 후반 2분 동점골을 기록하며 2008년 이후 다시 한 시즌 두 자리 수 득점에 성공했다. 오승범이 길게 올려 준 패스를 쫓아 간 서동현은 아크 왼쪽에서 본능적으로 왼발 발리 슛을 때렸고 공은 수원의 골키퍼 정성룡의 키를 넘어 골대 안에 꽂혔다. 한 팀의 스트라이커이자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듬직함과 믿음을 보여 준 골이었다.

★ 서동현의 감각적인 왼발 중거리슛, 4년 만의 10골 도달


▲ 최고의 감독 (MANAGER OF THE ROUND) | 최용수(서울)
최용수 감독에 대한 평가의 주는 이러하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패배 후 즉각적인 분위기 전환 등 전반적인 팀 관리에선 뛰어난 면모를 보이지만 경기 중 즉각적인 대응과 전술상의 임기응변은 약하다.’ 전자는 서울이 올 시즌 연패 없이 리그 1위를 달리는 이유지만 후자는 수원 같은 특정팀과의 대결에서는 약한 이유다. 어찌 보면 후자는 2년차 감독이기에 당연한 문제일 수 있다. 오히려 전자는 극소수의 지도자들이 갖는 특별한 능력이라는 점에서 감독 최용수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 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최용수 감독의 전략적 대응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포항전에서 그는 수적 우세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한태유가 부상을 당하자 과감하게 공격 자원인 최태욱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30분 조커로 뛰던 최태욱은 전반 중반에 들어가 공격의 첨병이 되며 동점골을 이끌었다. 후반에는 정조국, 김치우까지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리드 상황이지만 홉에선 마지막까지 한 골 더라는 적극적 자세를 늘 유지한다. 어쩌면 감독 최용수는 또래 지도자들 중 가장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가인지도 모른다.


▲ 최고의 세리머니 (GOAL CELEBRATION OF THE ROUND) | 데얀&아디(서울)
특별히 눈길을 끈 창의적 세리머니가 부족했던 32라운드. 역시 이번 라운드에도 대세는 말춤이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말춤의 세계로 끌어들였듯 K리그의 외국인 선수들도 신나게 춰댔다. 주인공은 이미 전설이 된 서울의 두 주역 데얀과 아디. 데얀은 역전골을 터트린 뒤 E석 관중석을 향해 점프를 하며 달려간 뒤 아디를 만나자마자 채찍을 휘두르더니 말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 자체의 예술성은 썩 뛰어나지 않았지만 팬들을 위한 열정과 의도만큼은 박수를 보낸다. 다음 라운드에선 좀 더 연습을 한 춤 실력을 기대한다.

★ 오~ 섹시 레이디~ 나는 서울의 승리를 이끄는 사나예~







박원재가 김병지로부터 페닐티킥을 얻어내는 장면 (사진=전북현대)

▲ 판정, 원칙과 감정 사이(JUDGE OF THE ROUND) | 우상일 심판
K리그 최고참 선수인 김병지가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그는 우상일 주심의 페널티킥 판정에 거세게 항의했다. 전반 15분 경남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만들며 2007년 이후 한번도 승점 3점을 가져가지 못한 전주 원정에서의 승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20여분 뒤 페널티박스 안 골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박원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김병지의 파울이 선언되며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김병지는 파울이 아니라며 항변했다. 동영상을 보면 골라인 부근에서 박원재가 공을 잡자 김병지가 달려든다. 간발의 차이로 공이 박원재의 발을 먼저 떠나며 아웃된 것으로 보이지만 판정의 기술적 문제에서는 충분히 페널티킥으로 선언될 만 하다. 김병지는 경고를 받고 페널티킥을 막아내야 했다. 하지만 키커인 이동국은 방향을 속이며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여기서 두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김병지는 실점 후 공을 다시 골대 안으로 차며 감정을 풀었다. 이때 우상일 주심이 김병지에게 달려왔다. 또 다시 경고. 김병지는 불과 2분 사이 두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 당하고 말았고 경남은 후반 20분 정다훤마저 경고 2회로 퇴장, 수적 열세 속에 역전골을 내주며 패하고 말았다. 과연 프로생활 21년 첫 퇴장을 당한 김병지의 행동은 고참 선수의 감정 컨트롤 실패로 치부될 문제일까? 첫번째 경고는 차치하고 두번째 경고는 판정의 원칙이 아닌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심판의 감정이 필요 이상으로 적용된 판정이 아니었을까? 골키퍼가 페널티킥 실점 후 자기 골대 안으로 공을 찬 것이 정서적 판정이 아닌 다른 어떤 원칙이 적용된 것인지 궁금한 장면이었다.
★ 김병지의 분노, 과연 베테랑이 부린 몽니였을까?


▲ 불운한 그에게 위로를 (UNFORTUNATENESS OF THE ROUND) | 이용래(수원)
차라리 울고 싶을 지도 모른다. 이용래에게 올 시즌은 모든 불운이 다 겹치는 듯 하다. 23일 제주와의 홈 경기에서 이용래는 경기 시작 후 2분 만에 오승범과 충돌, 오른쪽 발목을 부여잡고 일어서지 못했다. 스테보와 교체 돼 나간 이용래는 경기 후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후 재활에만 2달 이상이 걸려 사실상 올 시즌은 접어야 하는 상황. 올 여름 UAE의 알 자지라로의 이적을 추진했지만 메디컬테스트에서 심장 이상이 발견돼 거부됐다. 국내로 돌아와 정밀 검사를 받았고 선수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이미 그 자리엔 신형민이 대신 이적한 상태였다. 이적 무산 후 다시 수원으로 돌아온 그는 후반기 대반전을 위한 윤성효 감독의 주요 카드 중 하나였지만 제주전의 중상으로 불운한 시즌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부디 그라운드 위의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부상이 없길 바란다. 이용래가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길.

★ 전반 2분 만의 부상, 최악의 시즌을 맞은 이용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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