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경기도 수원을 파트너로 10구단 창단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
‘KT가 프로야구판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은 지난해 10월부터 나왔다. 당시 야구계엔 ‘KT가 경기도 수원이나 전북을 연고지로 10구단 창단을 계획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야구판의 소문은 대개 소문으로 끝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KT의 10구단 창단 루머는 설득력이 있었다.
먼저 KT의 움직임이다. 그즈음 KT는 프로야구 10구단 창단과 관련한 별도의 TF(태스크포스)팀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TF팀에서 프로야구 시장규모와 향후 발전방향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이를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음은 KBO 인사들과의 잦은 접촉이다. 야구계에선 KBO 고위 관계자와 KT 관계자들이 만나는 걸 봤다는 목격담이 많다. 한 야구인은 “KBO 관계자로부터 ‘KT가 10구단 창단을 고려해 여러가지 조언 차원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론 KT의 자세다. 지난해 11월 ‘KT가 10구단 창단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기사가 나왔을 때 KT는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10구단 창단 추진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근엔 “잘 모르는 일”, “아직 말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야구계는 이러한 KT의 태도를 보고 “대기업 속성상 ‘부정도 긍정도’ 아닌 대답은 긍정”이라는 반응이다.
# KT의 10구단 창단 배경
KT의 프로야구단 창단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인수에 나서 성사 직전까지 갔던 전례가 있다. 당시 KT는 보도자료를 돌리며 인수를 공식화했고, TF팀을 조직해 인수를 진행했다.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은 그때를 잘 기억하고 있다.
“KT의 현대 인수는 기정사실이었다. KT 직원이 현대 사무실에 찾아와 인수를 진행했다. 현대 선수들과 프런트의 고용 승계를 약속했고, 나보고 ‘초대 감독을 맡아 달라’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홍성흔 등 주요 선수들을 잡아줄 테니 꼭 좋은 성적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KT의 현대 인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당시 KBO 사무총장이던 하일성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렇게 회상했다.
“KT의 창단가입금, 선수수급건은 협의가 잘 됐다. 하지만, KT가 ‘잠실구장에서 1년에 12경기 정도를 홈경기로 치르고 싶다’고 희망하면서 일이 꼬였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여기다 한 스포츠 신문에서 ‘KT가 가입금 60억 원 외 120억 원을 야구발전기금 등으로 내놓을 것’이란 추측성 보도를 내보내며 KT의 심기를 자극했다. KT는 야구단 창단에 부정적인 사외이사들에게 ‘프로야구 참여에 큰돈이 들지 않을 것’이라며 설득하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사가 나오며 사외이사들이 ‘이게 무슨 소리냐’고 발끈했고, KT는 KBO가 정보를 흘린 것으로 알고 현대 인수를 갑자기 철회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5년이 흐른 지금 KT가 다시 야구단 창단을 계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5년 전과 목적은 다르지 않다.
KT 내부사정을 잘 아는 통신 관계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이다.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 프로야구에 참여하면 그룹 홍보효과는 물론 대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실익이다. 통신 라이벌 SK와 LG는 모두 프로야구단이 있다. 프로야구단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를 생산 중이다. 하지만, 유독 KT만 야구단을 소유하지 못해 야구 마케팅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스포츠단 운영 자신감이다. KT는 프로농구, 골프, 게임, 사격, 하키 등 5개 종목을 묶어 KT 스포츠단을 운영 중이다. 오랜 스포츠단 운영을 통해 프로야구단 경영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 왜 서둘러 10구단 창단을 발표하려 하나
KT의 파트너는 경기도 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본사가 경기도 성남에 있는데다 여타 지방보다 수원이 흥행과 홍보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KT와 수원은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10구단 창단을 모색했다. 수원도 적극 부인하지 않는다.
만약 KT가 수원을 연고지로 10구단을 창단한다면 결격 사유는 없다. 지난해 2월 KBO 이사회는 신생구단 창단 조건으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와 모기업 자기자본 순이익률 10% 이상, 당기순이익 1000억 원 이상을 제시한 바 있다. 수원과 KT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9구단 NC소프트 당시 ‘기업 규모’ 운운하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던 일부 구단도 대기업 KT에 대해선 별다른 반대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KT는 포스트 시즌을 전후로 창단 발표를 준비 중인 것일까. 야구계는 “10구단 유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발 빠른 대응”으로 보고 있다. 수원과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는 전북은 최근 대한체육회장, 총무처 장관 등을 역임한 이연택 씨를 10구단 유치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스포츠계와 재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이 위원장은 정력적인 활동으로 몇몇 대기업과 접촉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모 대기업에서 전북과 손을 잡고 10구단 창단을 계획 중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야구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KT와 수원이 전북의 10구단 창단 소문을 들고 바짝 긴장했다. KBO가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10구단 창단 작업을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만약 전북이 대기업과 손을 잡고 서둘러 창단을 발표한다면 유치전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계산한 것 같다. 그래서 KT와 수원이 포스트 시즌을 전후로 창단을 공식화하려는 것으로 안다”며 “KT와 수원이 10구단을 공식화한다면 전북도 곧바로 창단 기업을 발표하며 맞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로야구가 포스트 시즌에 집중하는 가운데 물밑에선 치열한 10구단 유치전이 진행되고 있다.
최강민 스포츠라이터[일요신문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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