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5일 화요일

최강희호 손흥민-기성용 체제로 재편인가?



변화가 크다.


매 경기 중용됐던 이동국, 이정수가 제외됐다. 대신 손흥민, 김영권이 복귀했다. 공격과 수비 전 포지션에 걸쳐 변화가 일었다.


최강희 감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지난 우즈베키스탄전의 여파라고도 했다. 이름값을 떠나 최상의 능력을 끌어내지 못하면 이번과 같은 선택은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요 일전에 대한 대비기도 하다. 이번 경기는 이란 원정이다. 이란은 조 선두를 놓고 싸우는 상대다. 3라운드 현재 한국이 1위, 이란이 2위다. 쉽지 않은 상대인데 경기장이 또 이란 테헤란이다. 9만 명을 수용하는 아자디 스타디움이다. 힘든 승부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이란 원정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최강희 감독으로선 분위기의 전환이 필요했다. 선수 구성의 과감한 쇄신책이 나온 배경이다. 변화 폭이 큰 만큼 살피고 지켜봐야 할 포인트가 여러 곳이다. [풋볼리즘]의 Q&A로 정리했다.


23명 전체 엔트리 중 39%가 해외파
박주영 등 유럽파, 올대 영건 중용







박주영과 손흥민 (사진 : 연합뉴스)

Q. 이란 원정 엔트리 23명이 발표됐다.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A. 변화다. 주축 선수 몇몇이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최근 A매치에서 뽑히지 않았던 선수들이 복귀했다. 이동국, 이정수가 제외됐고 손흥민, 김영권이 돌아왔다.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유럽파의 중용과 젊은 영건의 발탁이다. 올 초 부임 뒤 국내파에게 힘을 싣는 행보를 이은 최강희 감독은 이번에는 유럽파들에게 상대적으로 힘을 실었다. 박주영,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김보경 5명의 유럽파가 이란 원정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스페인 라리가 데뷔골을 넣은 박주영과 독일 분데스리가 연속골 행진의 손흥민, 인상적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 등 유럽파 선전의 여파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 뛰는 황석호, 김진현, 중국에서 활동 중인 김영권, 중동에서 뛰고 있는 남태희가 선발돼 해외파는 모두 9명이 엔트리에 포함됐다. 23명 전체 엔트리 중 39%에 해당하는 규모다. A매치 경험이 없는 올림픽대표 출신의 황석호, 윤석영, 박종우 등 영건들의 중용도 눈에 띄는데 이러한 발탁은 중장기적인 세대교체 흐름과 분위기 쇄신 또 고지대에서 펼쳐지는 이란 원정에 대비한 체력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Q. 유럽파가 중용됐다고 하는데 구자철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A. 오른 발목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다친 발목이 다 낫지 않았다. 재활 훈련 중인데 10월 말이나 돼야 실전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Q. 아무래도 이동국, 이정수의 엔트리 제외가 여러 말과 분석을 낳고 있다.


A. 이 둘에게 부상이 있는 건 아니다. 이동국과 이정수 모두 지난 주말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동국과 이정수가 이번 이란 원정 엔트리에서 제외된 표면적 이유는 우즈베키스탄전의 부진이다. 이동국과 이정수가 여름 혹서기를 거치면서 컨디션에 문제를 빚어진 것도 엔트리 제외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이동국은 8월 이후 K리그에서 2골에 그쳤다. 그나마 한 골은 지난 주말 경남전 페널티킥 골이었다. 8월 이전 13골을 몰아친 것을 감안하면 대조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일종의 매너리즘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과 이정수의 엔트리 제외 이유를 밝히면서 대표선수의 자세와 적극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동국과 이정수는 2014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한 선수들이다. 이동국은 전북 시절부터 최강희 감독과 신뢰가 두텁다. 최강희 감독이 최종예선 초반 2경기에서 주장을 맡긴 선수가 이정수다. 그 만큼 기량과 경험을 인정한다. 하지만 지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보여준 두 선수의 활약은 부족했다. 최강희 감독으로선 자극이 필요했다. 이는 이동국과 이정수에 대한 직접적 자극이기도 하지만 가장 상징적인 존재를 자극해 팀 분위기 전체를 끌어올리려는 일종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 어떤 선수도 잘 못하고 컨디션이 나쁘면 대표팀에서 제외될 수 있고 그 반대라면 얼마든지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단 실제적 행동이다.


이동국 이정수 제외 '매너리즘의 경계'

손흥민의 배치와 활용 공격전술의 키







이동국 (사진 : 연합뉴스)

Q. 이동국이 빠진 원톱 포지션은 어떻게 대체하나?


A. 원톱만 놓고 본다면 박주영 선발, 김신욱 조커 그림이 될 것이다. 그러나 4-2-3-1 포메이션을 기본 틀로 활용하는 최강희 감독 스타일에 있어 중요한 건 원톱 아래에 배치되는 공격 2선의 ‘3’라인이다. 손흥민, 김보경, 이근호, 이청용, 남태희 등이 후보군인데 현재로선 손흥민이 어느 위치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지가 가장 큰 관심이다. 지난 우즈베키스탄전 경우 원톱 이동국 아래로 김보경-이근호-이청용 라인이 섰는데 개인 컨디션과 호흡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김보경이 잉글랜드 무대 데뷔전을 치르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이청용의 출전 시간이 줄어든 건 걱정거리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가장 가벼운 몸 상태를 보이는 손흥민의 활약은 기대를 더할 수밖에 없다. 또 손흥민이 타깃형 스트라이커 위치를 제외하고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단 점에서 최강희 감독이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이란전 공격 전술의 핫 포인트가 될 것이다.


Q. 이정수 문제 말고도 측면 수비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현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측면 수비다. 이영표와 차두리 체제 이후 박주호, 윤석영, 박원재, 오범석, 고요한, 최효진 등을 번갈아 발탁하면서 그 후계 구도를 모색 중이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전 고전의 가장 커다란 문제로 지적된 곳도 측면 풀백 자리다. 최강희 감독은 우즈베키스타전 측면 수비수로 박주호와 고요한을 선발로 세웠는데 이번 이란 원정 멤버에서는 이 둘 모두를 제외했다. 대신 박원재와 신광훈을 다시 대표팀으로 불렀다. 박원재와 신광훈은 8월15일 안양에서 열린 잠비아전에서 좌우 수비를 책임진 콤비다.


최강희 감독은 박원재와 신광훈 말고도 윤석영, 오범석을 측면 수비 자원으로 뽑았는데 눈에 띄는 건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영권의 재발탁이다. 이란전 명단 포함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성남의 박진포와 울산의 이용 대신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김영권이었다. 올림픽대표 출신의 김영권은 센터백은 물론 왼쪽 수비를 책임질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측면으로 돌아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포지션이라 부르는 측면 풀백 자리가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풀백의 후계구도 매듭은 이란전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때까지 우리 대표팀이 풀어야 할 난제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Q. K리그 최고의 선수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황진성이 뽑히지 않았다.


A. 포항 황진성의 폼은 근래 최고다. 최근 K리그 8경기에서 5골 6도움을 기록하며 포항의 급격한 상승세를 이끌었다. 5주 연속 K리그 주간 베스트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독보적 활약이었다. 때문에 이란 원정 명단에 황진성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지만 최강희 감독 선택은 받지 못했다.


황진성이 최강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전술적 이유다. 황진성은 포항에서 공격 전체를 이끄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는다. 제로톱 시스템 하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골을 직접 잡아내거나 돕는 스타일이다. 일정한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선호하는 최강희 감독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또 이란 원정과 같이 수비의 부담이 크고 경험이 요하는 경기에 국제무대 경험(A매치 1경기)이 적고 공격적인 선수를 추가로 데려가는 게 최강희 감독으로선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란전 명단에 윤빛가람이 포함되지 않은 것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최강 K리거 황진성은 왜 뽑히지 못했나?

이란이 최종예선 3경기서 1골에 그친 이유







Q. 수비력이 중시될 거라면 기성용이 허리라인의 핵심이 되는 것인가?


A. 그럴 것이라 본다. 최강희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 자원으로 4명을 선발했다. 기성용, 김정우, 하대성, 박종우다. 기본적으로 4-2-3-1 형태를 활용하는 최강희 감독의 스타일을 볼 때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필요한데 이 중 한 자리는 기성용이 차지할 것이다. 기성용은 전투적인 홀딩과 뒤에 처져 있다가도 정확한 패싱으로 전방 공격이 가능한 자원으로 이란 원정과 같은 경기에서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선수다. 기성용이 센터백 사이로 움직이면서 변형 스리백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고민은 기성용의 파트너 자리인데 김정우는 경험에 있어, 하대성은 공격적 실마리에 있어, 박종우는 수비력에 있어 비교 우위를 갖는다. 상황과 흐름에 따라 변화가 가능한 조합으로 이란전에서 지켜봐야 할 전략적 포인트 중 하나다.


Q. 이란 얘기를 해 보자. 최종예선 3경기에서 1골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A. 쓸 만한 공격수가 없단 고민이 크다. 이란하면 과거 알리 다에이, 카림 바게리, 바히드 하세미안 등 유럽 무대에서도 통할 걸출한 스트라이커들이 버티고 있었지만 최근 대표팀은 그러지 못하다. 하세미안과 알리 카리미 등이 2010월드컵 지역예선 과정에서 이란 대통령 선거 부정의 항의로 녹색 밴드를 차고 경기에 뛰었다는 이유로 제명된 뒤로는 좀처럼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이란이다. 이란은 2014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추가 시간에 모하마드 칼라트바리가 골을 넣을 것을 제외하고는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지독한 득점력 부진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팀에 복귀한 카리미와 자바드 네쿠남, 마수드 쇼자에이 등이 허리라인을 받치며 전방의 칼라트바리를 돕고 있지만 파괴력이 예전만 못한 건 분명해 보인다.


Q. 그래도 단 한 번도 승리한 적 없는 이란 원정 아닌가?


A. 1300m가 넘는 고지대,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는 경기장 입장과 그 낯선 분위기, 10만 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홈 관중과 텃세 등으로 과거 이란 원정은 언제나 힘겨웠다. 역대 전적은 25전 9승7무9패로 팽팽하지만 이란 원정은 4전 2무2패다. 2010월드컵 지역예선 테헤란 원정 당시 박지성의 골로 1-1 비긴 바 있다. 2005년 10월 서울에서 치러진 평가전 승리 이후 6경기 동안 승리를 따내지 못하다 지난해 초 벌어진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전반 터진 윤빛가람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대표팀은 10월8일 소집돼 바로 이란으로 떠난다. 유럽파 선수들은 현지에서 합류한다.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4번째 경기 이란전은 한국시간으로 10월17일(수) 새벽 1시30분에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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