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의 주장 박지성은 팀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존 브루인 : ESPN 사커넷 에디터] 박지성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약한 7년간 거의 논란거리를 낳지 않은 선수였지만, 이번에는 '악수 거부 사건'의 중심에 휘말렸다.
프 리미어 리그 경기는 악수와 함께 시작하는데, 이제는 이 의식이 원래 의도된 가치를 실현하기보다는 문제를 더 일으키는 것 같다. 2008-09 시즌부터 FIFA(국제축구연맹)는 22명의 선수가 옆걸음질 치면서 서로 악수하고 나서야 경기가 시작되도록 했고, 그 사이 경기장에는 프리미어 리그 공식 주제가인 피트 로울러의 'My Saturday Self'가 울려 퍼졌다. 대회 스폰서의 로고를 노출할 시간도 충분했다.
지난 2년간 악수는 큰 논란의 원인이 됐다. 첫 논란은 2010년 웨인 브릿지가 첼시의 옛 동료인 존 테리의 악수를 거부한 사건이었다. 테리가 브릿지의 옛 연인이자 아들의 생모와 불륜을 벌인 사실이 발각된 이후였다. 올해 초에는 인종 차별 사건에 이어 루이스 수아레스가 파트리스 에브라의 악수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더 이어졌다. 결국에는 수아레스와 케니 달글리시 당시 리버풀 감독이 이를 공식 사과했다. 이후 수아레스는 자신의 사과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공교롭게도 에브라의 절친인 박지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테리는 또다시 악수를 거부당했고, 이는 지난 시즌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수비수 안톤 퍼디낸드를 향해 인종 차별적인 욕설을 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퍼 디낸드는 인종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혐의를 부인한 테리는 연방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징계 심사가 기다리고 있고, 이 결과에 따라 테리의 대표팀 경력은 구렁텅이로 빠질 수도 있다. 테리의 친구이자 첼시 팀 동료인 애슐리 콜은 법정에서 테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이후 예상대로 퍼디낸드에게 악수를 거부당했다.
그렇지만 박지성까지 테리의 악수를 거부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 주장끼리 만났을 때도 박지성은 테리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애슐리 콜과는 기꺼이 악수했지만, 동전 던지기를 하러 테리와 다시 만났을 때 박지성은 악수를 거절하며 불쾌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 첼시와의 경기에서 존 테리의 악수를 거부한 QPR 선수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
마크 휴즈 감독은 악수가 선수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퍼디낸드는 테리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야유에 시달려왔고, 박지성은 자신의 행동으로 팀 동료를 지지한 것이다. 퍼디낸드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노장 수비수인 라이언 넬센 또한 "퍼디낸드가 우리에게 악수를 거부하라고 말했더라도 그건 각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는데, 박지성은 스스로 악수 거부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 박지성이 QPR의 주장이 된 것 자체가 다소 의외였지만, 그는 확실하게 모범을 보이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인 첼시를 상대로 박지성은 엄청난 활동량과 좋은 위치 선정 능력을 과시하며 전성기에 근접한 활약을 펼쳤다. 박지성이 공간은 잘 찾아도 골 결정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는데, 에스테반 그라네로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한 장면이 골로 이어졌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가서야 가까스로 강등을 면했던 QPR은 첼시를 상대로 더욱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맨유에서 박지성은 중요한 존재이긴 했어도 팀의 중심까지는 아니었는데, QPR에서는 팀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선수가 됐다. 벌써 QPR은 강등권에 머무르고 있고, 앞으로 토트넘, 웨스트 햄과의 런던 더비 두 경기가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아직 첫 승리조차 기록하지 못한 상태다.
공격진에서는 앤디 존슨이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해 두 명의 스트라이커만이 남았다. 수비진의 퍼디낸드는 기복의 대명사격인 선수이고, 넬센은 실력은 있지만 부상이 잦은 서른다섯 살의 수비수다. 그래도 중원에서는 대형 영입인 그라네로가 알레한드로 파울린과 좋은 호흡을 선보이면서 기대를 낳았는데, 특히나 박지성이 이 둘을 도우면서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다. QPR 구단주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고, 선수 연봉만 이미 구단의 연 수입을 넘어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따라서 박지성은 주장으로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
첼시와의 맞대결에서 박지성은 그야말로 모범적인 활약을 펼쳤다. 어쩌면 이 경기가 팀을 이끌어갈 주장으로서의 첫 출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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