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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기자] 2일(현지시간)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전. 세트스코어 5-5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제 승부는 슛오프로 넘어갔다. 금메달의 향방은 마지막 화살 한 발에 달려 있었다.
한국의 기보배가 먼저 쐈다. 기보배는 숨을 고르고 활시위를 놓았다. 그런데 순간 바람이 불었다. 기보배는 당황했다. 화살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8점이었다. 순간 기보배와 대표팀 감독, 그리고 기보배를 응원하는 한국 팬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슛오프는 단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제도다. 과녁 중앙에 더 가까이 쏘는 이가 승리하는 것이다. 마지막 한 발로 운명이 결정나는 순간에 기보배는 8점을 쐈다. 9점도 아니고 10점도 아닌 8점이다. 양궁에서 8점은 낮은 점수다. 그것도 결승전에서 8점으로 승리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당시 상황을 백웅기 양궁 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회상했다. 백 감독은 "(기)보배가 슛오프에서 8점을 쐈다. 희망을 잃지는 않았지만 조마조마했다. 8점을 쏘고 패배할 확률은 80~90%다"며 당시의 절망적인 상황을 전했다.
10%의 확률이었다. 기보배가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은 고작 10%였다. 기보배의 기회는 이미 물건너 갔고 이제 멕시코 로만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렸다. 90프로의 확률을 로만이 쥐고 있었다. 기보배 입장에서는 로만이 실수하기를 바라야만 했다. 화살은 로만의 손에서 떠났고, 과녁에 꽂혔다. 역시 8점이었다. 그것도 기보배의 화살보다 중심에서 0.5cm 더 떨어진 8점이었다. 결승전 마지막 화살에 대한 부담감이 로만을 짓눌렀나 보다.
기보배가 금메달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기보배, 감독, 팬들 모두 절망의 표정에서 환희의 미소로 바뀌었다. 기보배가 마지막 한 발에서 실수를 저질렀지만 기보배의 마지막 화살은 10%의 가능성을 시원하게 뚫었다. 같은 8점이라도 차원이 다른 8점이다. 말하자면 기보배의 8점은 9점 라인 바로 옆에 붙은 8.9점이었고 로만은 8.4점에 그쳤다.
기보배는 금메달 확정의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기보배는 "그동안 훈련을 많이 해서 마지막 한 발 남겨놓고 부담감은 없었지만 쏘기 직전에 바람이 불어 예상과 다른 곳으로 갔다. 나도 놀랐고 당황했다. 로만이 쏘는 것을 떨려서 보지 못했다"며 아찔했던 그 때를 뒤돌아봤다.
백 감독은 기보배의 금메달이 확정된 후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정해준다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아무리 실력이 좋더라도 신이 허락하지 않고 하늘이 용인하지 않는다면 금메달은 절대 딸 수 없다고.
10%의 가능성을 뚫은 기보배의 금빛 화살. 하늘이 내려준 값진 보배임이 분명하다.
/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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