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형욱] 요즘 한국 축구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소식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기성용의 거취다. 지난 월요일 밤,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팬들이 가장 바라는 모습은 그라운드를 박차고 내달리는 특유의 활기찬 플레이가 아닐까. 때마침 국내외 언론들은 기성용의 스완지 시티 입단이 확정적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스완지 시티는 아직 우리에게 여러모로 낯선 클럽이다. 기성용의 잠재적 이적지인 스완지 시티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지난 3월, 홈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1-0으로 꺾은 스완지 시티 (사진=연합뉴스) |
#1. 스완지 (Swansea)
영국 웨일즈 남부 해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다. 형성 초기에는 바이킹들의 교역지로 번성했고, 산업 혁명 시기에는 구리 산업의 요충지였다. 도시명 스완지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어로 ‘해협’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됐다. 백조(swan)의 바다(sea)라는 뜻으로 오인, ‘스완시’라 잘못 읽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웨일즈어 이름은 아베르타우에(Abertawe)로 ‘타우에(Tawe) 강의 입구’라는 의미다. 인구는 25만명 정도.
#2. 잉글랜드 리그의 웨일즈 클럽
스완지 시티는 웨일즈 지역의 팀이지만 김보경의 소속팀 카디프 시티와 함께 잉글랜드 리그에 속해 있다. 스완지 시티는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되어 이 리그가 창설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에서 뛰는 웨일즈 클럽으로 기록됐다. 잉글랜드 리그에 참가 중인 또다른 웨일즈 클럽 카디프 시티는 현재 2부 리그 격인 챔피언십 소속이다. 세미 프로 리그에는 이처럼 잉글랜드 리그에서 뛰는 웨일즈 클럽들이 더러 있고, 반대로 잉글랜드 클럽들이 웨일즈 리그에서 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
#3. 라이벌 카디프
스완지 시티의 최대 라이벌은 같은 웨일즈 연고의 카디프 시티다. ‘남부 웨일즈 더비’라 불리는 두 팀 간의 경기는 영국 축구에서도 가장 치열하고 극성 맞기로 유명하다. 훌리건 정신으로 무장한 난동자들이 더러 있어 종종 큰 부상을 당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스완지 시티의 미하엘 라우드럽 감독 (사진=연합뉴스) |
#4. '감독' 미하엘 라우드럽
지난 시즌 EPL에 스완지 돌풍을 일으켰던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자신의 코칭 스태프를 대거 이끌고 리버풀로 떠났다. 리버풀에게서 700만 파운드의 보상금을 받은 스완지 시티는 후임 감독으로 저 유명한 미하엘 라우드럽을 모셔왔다. 덴마크 국가대표 출신으로 유벤투스-바르셀로나-레알마드리드(-그리고 빗셀 고베)를 두루 거치며 유럽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각광받은 그는 동생인 브리안 라우드럽과 함께 뛰며 형제 선수로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요한 크루이프 감독이 이끌던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른바 '드림팀'의 일원으로 바르셀로나의 라 리가 4연패(1991-1994), 유러피언컵 우승(1992)을 이끌었다. 선수 은퇴 이후에는 덴마크 브뢴비 감독으로 자국 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스페인 리그의 헤타페, 마요르카, 러시아의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등을 이끌었다. 감독 경력의 하이라이트는 헤타페 시절이다.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며 주목받은 라우드럽의 헤타페는 국왕컵 준우승, UEFA컵(현 유로파리그) 8강 진출 등의 성과를 냈다. 스완지 시티와는 2년 계약이다.
#5. 이적료
올 시즌은 스완지 시티가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에서 뛰는 네 번째 시즌이다. 유구한 역사에 비하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하위 리그에서 맴돈 셈이다. 그래서 이적료를 쓰거나 받을 기회도 많지 않았다. 현재까지 스완지 시티가 한 선수 영입에 쓴 최고액 이적료는 지난해 6월 왓포드에서 대니 그레이엄을 데려오면서 지급한 350만 파운드다. 스완지의 등번호 10번을 달고 있는 에이스인 그레이엄은 스완지의 역대 첫 프리미어리그 시즌에 36경기에 출전, 12골을 뽑아내며 몸값을 톡톡히 해냈다. 현재 스완지 시티 입단을 눈 앞에 둔 기성용의 이적료가 500만 파운드를 넘길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레이엄의 ‘최고액’ 기록은 곧 깨질 전망이다. 한편, 스완지 시티가 받은 역대 최고액 이적료는 얼마전 리버풀로 미드필더 조 앨런을 보내고 벌어들인 1,500만 파운드다.
#6. '경쟁 혹은 동반자' 레온 브리튼
스완지 시티는 올 시즌에도 중원에 세 명의 미드필더를 세우는 포맷을 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전에는 ‘터줏대감' 레온 브리튼이 올 시즌 새로 영입된 데 구즈만(임대/비야레알), 미추(라요 바예카노)와 함께 섰다. 셋 중에 미추는 사실상 공격수로 분류해야 할 선수다. 따라서 기성용의 직접적인 경쟁자는 (향후 급격한 전술 변화가 없다고 봤을 때) 나머지 두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올해 한국 나이로 31살인 브리튼은 스완지 시티의 레전드급 미드필더다. 재작년에 1년 동안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뛰다 돌아온 것을 제외하면 2002년 이후 10년 가까이 스완지 시티의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165cm의 단신인 그는 스완지 소속으로 리그에서만 무려 351경기를 뛰었다. 활동량이 많고 패스 정확도가 높아 팀의 주축 선수로 분류된다. 아스널 유스팀 출신으로 어린 시절 축구 소재 TV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던 브리튼은 현재 스완지 시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선수이기도 하다.
[영상] 교통 안전 캠페인 TV CF에서 라이언 긱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레온 브리튼 http://www.youtube.com/watch?v=3qEwlAeU9ls
브리튼(오른쪽)이 지난해 11월 EPL 경기 도중 맨유의 라이언 긱스를 마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7. 영광과 수모
스완지 시티 역사상 최악의 패배는 모두 0-8 스코어와 연관이 있다. 1990년 FA컵 3라운드에서 리버풀과 비긴 스완지 시티는 얼마 뒤에 열린 재경기에서 리버풀에 무려 0-8로 참패했다. 이듬해인 1991년에는 UEFA 컵위너스컵(현 유로파 리그의 전신인 UEFA컵에 통합된 대회)에서 프랑스의 AS모나코와의 원정 경기에서 0-8로 패하는 등 1,2차전 도합 1-10의 처참한 스코어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탈락했다. 리그에서의 역대 최고 성적은 1부 리그 6위를 차지한 1982년이고, 최악의 성적은 1975년에 기록한 4부 리그 22위다.
#8. '레전드' 존 토샥
카디프 출신의 웨일즈 국가대표 공격수 존 토샥은 스완지 시티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토샥은 1970년대 리버풀에서 당대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꼽혔던 케빈 키건과 함께 투톱을 이뤄 리버풀의 전성 시대를 열어젖힌 스타 플레이어였다. 리버풀에서 뛴 8년 동안 리그에서만 96골을 터뜨렸던 토샥은, 그러나 1978년 29살의 나이에 부상으로 리버풀을 떠나 당시 4부리그에 머물던 스완지 시티에 입단한다. 19살때 이미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던 토샥은 4부 리그 스완지 시티의 감독 겸 선수로 부임해 전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1978년, 4부 리그 3위로 3부 리그에 승격한 스완지 시티는, 79년 3부 리그 우승, 1981년 2부 리그 3위를 기록하며 3년만에 1부 리그(현 프리미어리그) 승격의 위업을 달성한다. 토샥의 스완지 시티는 1부 리그 승격 첫 해에도 뛰어난 성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다 최종 성적 6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토샥은 팀이 3부 리그에 머물던 1980/81 시즌 막판 체스터필드와의 경기에서 교체 멤버로 출전해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부 리그 승격을 확정짓기도 했다. 토샥은 스완지 시티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후 스포르팅(포르투갈), 레알 소시에다드,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도 감독을 역임했다. 1999년 레알 마드리드 감독 시절에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당시 만 18세에 불과하던 이케르 카시야스를 주전 골키퍼로 발탁해 각광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1년 2월, 대영제국 훈장(CBE)을 받은 캐서린 지타-존스 (사진=연합뉴스) |
#9. '서포터' 캐서린 지타-존스
1998년, ‘마스크 오브 조로’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한 미녀 배우, 캐서린 지타-존스. 독특한 이름의 그녀는 스완지 시티의 열성팬이다. 그녀가 이 팀의 팬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스완지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이다. 스완지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스타이기도 한 지타-존스는 스완지 시티의 옛 홈 구장인 벳치 필드 근처에서 자랐다. 스스로 “어린 시절부터 스완지 시티의 팬이었다”고 밝힌 바 있는 그녀는 스완지 시티의 새 홈 구장(리버티 스타디움) 개장 행사에 축하 전문을 보내거나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웨일즈 대표팀과 스완지 시티의 경기를 TV로 시청할 정도로 축구에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에는 스완지 시티 회장을 지낸 삼촌(로버트 존스)의 제안을 받고 남편 마이클 더글라스와 함께 구단 인수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10. 영구 결번
스완지 시티의 등번호 40번은 영구 결번이다.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스완지 시티 40번의 영원한 주인은 2009년 스완지 시티에 입단한 오스트리아 청소년 대표 공격수 베시안 이드리자다. 리버풀 유스팀 출신의 유망주였던 190cm의 장신 공격수 이드리자는 2010년 5월 15일 오스트리아의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이전에도 축구 경기 도중 심장 마비를 일으킨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드리자의 죽음은 동료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스완지 시티 선수들은 2011년 5월,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에서 레딩을 꺾고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확정지은 뒤 이드리자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티셔츠를 맞춰 입고 그를 추모했다. 스완지 시티는 이후 그의 등번호였던 40번을 영구 결번 처리했다.
#11. 스완지 잭
스완지 시티의 별명은 이름에서 유래한 ‘백조(Swan)’와 ‘잭(Jacks)’, 이렇게 둘이다. 스완지 시티가 ‘잭’으로 불리게 된 연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통용되는 가설은 두 가지다. 첫째, 예로부터 스완지 출신 선원들이 일을 잘하기로 유명한 덕택에 스완지 출신 남자라면 볼 것도 없이 선원으로 채용되었다는 데에서 ‘스완지 잭’이 유래했다는 설과, 둘째, 1930년대 여러 해에 걸쳐 물에 빠진 사람 27명을 구해 유명해진 구조견 ‘스완지 잭’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12. 시릴 더 스완
잠파에게 매맞는 시릴 |
스완지 시티의 마스코트인 숫컷 백조(Swan)의 이름. 팀의 애칭인 ‘백조’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마스코트로 스완지 시티 경기 때면 경기장에 나타나 흥을 돋운다. 시릴이 유명한 것은 상대 구단의 마스코트나 안내 요원들과 종종 벌이는 싸움 때문이다. 2003년에는 밀월 구단의 마스코트인 잠파(사자)를 상대로 이단 옆차기를 구사하며 싸움을 일으켜 1천 파운드(약 2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기도 했다. 스완지 시티는 2005년에 암컷 백조 마스코트인 시빌을 만들어 둘의 가상 결혼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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