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리그 최하위 오릭스 버팔로스의 타선을 홀로 이끌고 있는 이대호가 센트럴리그 1위 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진=김현민 기자 |
난데없는 가정이지만 한국인 타자로서 먼저 타점왕에 도전했던 이승엽이 과거 몸 담았던 ‘요미우리에 이번 시즌 있었다면’이라는 가정도 흥미로운 상상이다.
이대호는 올 시즌 오릭스 버팔로스의 부동의 4번타자로 전 경기에 출장 중이다. 극심한 투고타저의 경향 속에 퍼시픽리그 홈런 1위(20개), 타점 1위(74개), 장타율 1위(0.509), 출루율 3위 (0.384) 타격 6위(0.298)로 타율과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 타격 지표 상위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타선을 이끌고 있다.
문제는 이런 활약이 혼자만의 ‘레이스’라는 점이다. 이대호의 앞 타석에 서는 1~3번 타자와 뒤에 서는 5번 타자를 비롯해 전 선수들이 심각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다. 오릭스는 이대호와 바르티스를 제외하면 타율 부문 20위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가 없다. 부문 22위의 고토가 타율 0.247을 기록 중일 뿐 세 선수를 제외한 전 선수들이 2할 초반이나 1할대에서 허덕이고 있다.
출루율 역시 마찬가지다. 바르티스와 이대호를 제외하면 역시 20위 권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가 없다. 오오비키가 0.312의 출루율로 21위에 올라있는 것이 오릭스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대호는 올 시즌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경우가 잦다. 출루를 해야 할 1~3번 타자들이 자동아웃에 가까운 집단 침묵에 빠져 있었기 때문. 5번타자 T-오카다가 0.303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시즌 절반 정도를 결장해 이대호를 지켜 주는 우산이 되어주지 못했다. 때문에 클린업 트리오의 무게감이 현저히 부족했다. 실상 이대호의 올 시즌 기록은 첫 시즌 리그 적응과 투수들의 집중 견제라는 난제를 홀로 뚫고 일궈낸 결과인 셈이다.
만약 이대호가 현재 센트럴리그 1위를 질주 중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있었다면 사정은 조금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이승엽의 팀 동료이기도 했던 요미우리의 주전 포수 아베는 센트럴리그 타율 1위 (0.310) 홈런 3위(17개) 타점 1위(69개) 장타율 1위(0.512), 출루율 1위(0.411)의 질주를 하고 있다. 퍼시픽리그 ‘괴물타자’가 이대호라면 센트럴리그에는 아베가 있는 것이다.
올 시즌 극심한 타격과 성적 부진에 빠진 팀 내에서 홀로 빛나고 있는 이대호의 활약은 그래서 더 눈부시다. 사진=김현민 기자 |
아베 외에도 사카모토(49타점)와 조노(46타점) 무라타(45타점)도 나란히 리그 타점 부문 9,10,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카하시 역시 44타점, 부문 14위의 성적으로 타선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극심한 투고타저의 흐름 속에서 요미우리 타자들은 제 몫을 다해주고 있는 것이 1위라는 성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대호가 이런 요미우리의 중심타선을 지켰더라면, 리그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지만 더 좋은 성적을 올렸을 것이라는 가정이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 이승엽 또한 2006년 홈런 41개(2위) 타율 0.323(2위) 타점 108개(4위) 득점 101개(4위) 안타 169(6위) 장타율 0.615(3위) 출루율 0.389(5위)의 뜨거운 시즌을 보냈다. 당시 요미우리에는 니오카 도모히로-이승엽-다카하시 요시노부의 중심타선과 고쿠보 히로키-아베 신노스케의 타순의 타자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비록 다카하시와 고쿠보가 부상으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지금 오릭스 타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팀 타자들의 동반 활약속에서도 이승엽의 2006년 활약은 절대 평가절하 할 수 없는 기록이다. 실제로 시즌 중반까지 부상으로 나머지 중심타자들이 부진한 가운데 이승엽은 니오카와 팀 타선을 이끌며 제 역할을 다했다. 시즌 막바지의 다소간의 부진으로 트리플 크라운에 실패했지만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며 타격 3관왕 여부가 시즌 내내 한국과 일본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렇기에 투·타집단 부진이 겹쳐져 1위 니혼햄과 11.5게임 차이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오릭스의 진흙탕 현실 속 이대호의 고군분투가 안타깝다. 남은 경기 동안 팀 타선과 함께 동반 상승을 기대할 변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카다와 고토의 타격감 회복이라는 특별 변수가 있지만, 이대호의 ‘독야청청’은 이번 시즌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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