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일레븐=키예프/우크라이나)
유로 2012 결승전을 하루 앞둔 6월 30일(현지 시각) 오후, 스페인을 대표하는 두 명의 선수가 키예프 올림픽 경기장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스페인에서 가장 경험 많은 두 선수, 이케르 카시야스와 사비 에르난데스였다. 나이로는 사비(32세)가 카시야스보다 한 살 많다. 반면 A매치 경력은 136경기에 출전한 카시야스가 사비(114경기)보다 앞선다. 각각 서로 다른 의미에서 최고 베테랑이다.
두 선수가 나란히 마이크 앞에 앉자 그 모습만으로도 특별한 아우라가 풍겼다. 스페인은 유로 2008 우승 이후 4년 간 세계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붙박이 수문장 카시야스와 유로 2008 MVP 사비는 스페인의 두 얼굴이다. 푸욜이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에 최연장자가 된 두 선수는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 노릇까지 떠맡고 있다.
둘의 인연은 무려 15년 전에 시작됐다. 평생 동안 바르셀로나에서만 뛴 사비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적 없는 카시야스는 1997년 스페인 U-17팀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1999년 U-20 월드컵 우승 당시 함께 활약했고, 2000년에 나란히 A대표팀으로 승격되어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해 왔다. A대표팀에서의 인연만 13년에 이른다.
스페인의 성공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지만 사비는 여전히 욕심이 많다. 카시야스와 함께 하는 더 큰 성공을 꿈꾼다. “나와 카시야스는 연령별 대표를 두루 같이 뛰었다. 이처럼 훌륭한 세대의 일원이어서 우리는 운이 좋다. 역사를 만들고 싶다. 더 발전하고 싶다. 여전히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카시야스는 “나도 사비의 말에 동의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모든 연령별 대회를 같이 뛰었고, 그 시간들이 아주 행복했다.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잡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내일 뿐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동안 스페인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카시야스는 세계 최초 A매치 100승을 노리고 있다. 현재까지 99승을 기록한 그는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할 경우 누구도 오르지 못한 봉우리를 가장 먼저 밟게 된다.
스페인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두 선수는 각각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과 바르셀로나의 부주장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한때 두 명문 클럽의 반목으로 대표팀의 단합이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개인 감정을 접어두고 깔끔한 팀워크를 선보이고 있다. 주장 카시야스의 몫이 크다. 플레이 스타일을 책임지는 사비와 팀워크를 책임지는 카시야스가 있어 스페인은 비로소 완성된다. 2일(한국 시각) 오전에 열릴 결승전에서도 두 선수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글=김정용 기자(redmir@soccerbest11.co.kr)
사진=PA(www.pressassoci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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