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대호 기자] '육상부'. 빠른 발로 기동력을 앞세운 야구를 펼치는 두산 베어스의 팀컬러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올 시즌엔 급감한 도루 등으로 육상부다운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두산은 이번 주말 3연전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맞아 육상부다운 위용을 드러냈다. 29일 양 팀의 3연전 1차전에서 고영민의 빠른 발을 앞세워 승리를 거뒀던 두산은 30일 경기에서도 주력을 이용해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그것도 싹쓸이 1루타였다.
0-1로 뒤진 두산은 2사 후 이원석-고영민의 연속볼넷과 이종욱의 몸에 맞는 볼로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롯데 선발 이용훈은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며 두산 하위타선을 안타 하나없이 출루를 허용,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타석에 선 정수빈은 이용훈과 침착하게 승부하며 볼카운트를 풀카운트로 끌고갔다. 보통 2사 이후 풀카운트에선 주자들이 모두 스타트를 끊는다. 투수가 던진 공으로 어떻게든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주자가 중간에 죽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정수빈이 타격을 하는 순간 3루 주자 이원석은 거의 홈플레이트에 다 와 있었고 1루 주자 이종욱은 2루에 당도했다.
정수빈은 이용훈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한 손으로 가볍게 밀어쳤고, 타구는 이용훈의 다리 옆을 스쳐가 느리게 굴러가는 중전안타로 이어졌다. 유격수 정훈이 몸을 날렸으나 소용 없었다. 느린 타구였기에 주자 두 명이 들어오긴 충분한 타구, 하지만 두산은 1루 주자 이종욱까지 홈을 밟았다. 이미 이종욱은 타격 순간 2루에 거의 다 와 있었고, 가속도까지 붙었기에 홈에 들어오는 건 어렵지 않았다. 3타점 1루타라는 희귀한 장면이 나온 것이다.
3타점 역전 1루타를 치고 나간 정수빈 역시 2루를 훔쳐 롯데 내야를 마음껏 유린했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롯데 배터리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싹쓸이 1루타를 올 시즌 두산은 두 차례 성공시켰다. 마침 첫 기록도 롯데를 상대로 나온 것이었다. 지난 13일 사직 롯데전에서 0-1로 끌려가던 7회 대타 이성열의 타구는 유격수 머리 뒤로 높게 떴다. 이 공을 유격수 신본기와 좌익수 이승화 누구도 처리하지 못했고, 그 사이 주자 세 명이 모두 홈을 밟았었다. 2사 이후였기에 가능했던 싹쓸이 1루타였다. 결국 그 경기는 두산이 7-1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두 번째 싹쓸이 1루타가 나온 경기에서도 두산은 롯데를 5-1로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롯데가 두산에 두 번 당한 싹쓸이 1루타는 모두 혈자리와도 같다. 불안한 수비는 여전히 롯데의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다. 먼저 나왔던 싹쓸이 1루타는 전형적인 콜플레이 미숙이었고, 두 번째는 주자를 묶어두지 못한 배터리의 책임이다.
cleanupp@osen.co.kr
<사진> 잠실=곽영래 기자,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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