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일레븐=키예프/우크라이나)
▲ EURO LETTER #15 ‘대충’과 ‘열심’ 사이, 발로텔리의 훈련 모습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이 기자회견마다 무조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마리오 발로텔리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질문은 곧잘 폭소로 이어집니다. 발로텔리가 워낙 특이한 사람이라 평범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들거든요. “프란델리, 당신은 정신세계가 희한한 저 선수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나요?” 이런 질문이 던져지면 기자회견장은 금새 웃음바다가 됩니다. 프란델리 감독도 씨익 웃곤 하죠.
예측할 수 없는 21세 청년 발로텔리는 유로 2012가 낳은 대표적 스타입니다. 3골을 넣으며 맹활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종잡을 수 없는 기행을 선보이는 그는 천방지축인 헐리우드 스타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줍니다.
6월 30일(현지 시각),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키예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발로텔리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독일전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놀랐냐고 묻자 프란델리 감독은 “놀라지 않았다”며 여전한 신뢰를 드러냈습니다. 발로텔리는 준결승(대 독일, 발로텔리 2골) 당시 관중석에 있던 어머니에게 자신의 골을 바쳤는데요. 결승전에는 아버지까지 찾아온다고 합니다. 프란델리 감독은 “아버지가 오는 만큼 내일 경기에서는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리오의 정신 세계’를 들여다 볼까요? 발로텔리가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훈련장입니다. 훈련을 대충 받는 것으로 유명하죠. 다른 선수들이 열심히 스트레칭할 때 바닥에 엎드려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고, 뜬금없이 바지춤을 들춰 자기 사타구니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나쁘게 보는 사람은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좋게 보는 사람은 귀엽다고 하죠.
직접 지켜본 훈련 모습도 비슷했습니다.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 때 발로텔리는 맨 뒤에서 대충 뛰었습니다. 요즘 친해진 디 나탈레(발로텔리보다 13살 많습니다)에게 계속 농담을 거는 듯 했지만, 하나같이 재미없었는지 디 나탈레는 제대로 대꾸해주지 않더군요. 이어 스트레칭을 할 때도 멀뚱히 서서 조빈코나 카사노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야 조금씩 스트레칭 시늉을 했지만 저래서 근육이 풀어지겠나 싶더군요.
다만 연습 경기 때는 달라졌습니다. ‘실전 체질’이라 그런 걸까요? 발로텔리의 움직임이 훨씬 성실해졌습니다. 공이 자신에게 전달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달렸고, 주위 동료들을 열심히 확인하며 패스 연결에도 신경 썼습니다. 상대 수비수 키엘리니를 압박하는 성실함을 보이기도 했고요. 나중에는 등 통증을 호소하더군요. 그만큼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는 뜻이겠죠.
물론 성실한 훈련 와중에도 특유의 건방진 태도는 어디 가지 않았습니다. 프란델리 감독의 지시를 받을 때에는 요즘 체력도 안 좋은 카사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건방진 자세를 취했습니다. 훈련이 지루했는지 부상 우려 때문에 훈련에서 빠진 데 로시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도 했고요.
발로텔리의 괴상한 생각과 행동은 한때 시한폭탄 취급을 받았습니다. 대회 초반만 해도 감독 지시를 제대로 듣지 않거나,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 나머지 경기장에서 너무 초조해 했죠. 하지만 매 경기를 치를수록 전술적 움직임도 좋아지고 심리 상태도 안정되더니 결국 준결승전에서 2골을 뽑아냈습니다. 대회를 치르는 와중에 강해지는 점은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타도 스페인’입니다. 발로텔리의 마지막 장면이 해피 엔딩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죠.
글, 사진=김정용 기자(redmir@soccerbest11.co.kr)
사진=PA(www.pressassoci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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