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세호 기자] “스플리터도 구사할 줄 아는데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난 6월 28일 잠실구장. 이틀 후 문학 SK전 선발 등판에 대비해 불펜피칭에 임하던 LG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30)가 초조한 표정으로 스플리터 그립을 차명석 투수코치에게 보였다.
당시 LG는 5연패, 주키치도 2연패에 빠져있었다. 6월 10일 잠실 두산전까지 승률 100%. 다승·평균자책점·투구이닝 등 선발투수 주요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했던 주키치는 6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3실점, 6월 24일 잠실 롯데전에선 6⅓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면서 팀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그만큼 주키치는 절박했다. 팀의 연패를 끊고 연승을 이어가는 게 에이스의 역할이기에 스스로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했음을 자책했고 어떻게든 해답을 찾으려했다. 자신이 1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상태였다.
하지만 차 코치는 주키치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 코치는 “이미 너는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구종을 추가하는 게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스플리터를 구사하지 않아도 체인지업이 있으니 괜찮다”며 주키치를 회유했다.
6월 29일 SK와 3연전 첫 경기가 열리는 문학구장. LG 선수들이 하나 둘씩 3루 덕아웃에 짐을 풀고 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주키치의 머리로 집중됐다. 주키치가 전날부터 시작된 선수단 삭발에 합류, 마치 스님처럼 머리를 완전히 밀고 나타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LG 김기태 감독 역시 “너까지 왜 이러는 거냐”며 당황한 듯 웃었다.
주키치는 “선수단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의미에서 삭발했다. 이미 작년에도 한 번했었기 때문에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며 “고참과 어린 선수들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고참 선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지쳐있고 어린 선수들은 팀의 연패에 심적으로 위축되어 있다”고 팀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어 주키치는 “나 역시도 지난 2주가 너무 길고 힘들었다. 우리 팀은 정말 견디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선수들이 더 뭉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삭발을 다짐한 이유를 전달했다.
6월 30일 다시 문학구장. 경기 전 선발 등판에 대비하여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하고 있는 주키치의 모습에서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됐다. 전날 헤어스타일만큼의 변화는 아니지만 주키치는 그동안 선발 등판마다 유지해온 하의스타일을 바꿨다.
주키치는 4월 20일 SK전부터 양말을 발목 위까지 올리는 애매한 차림으로 선발 등판에 임했는데 이후 7연승을 질주했다. 당시 주키치는 “아내 역시 내가 이렇게 입은 모습을 보고 너무 괴상하다며 웃었다. 나도 이 이상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입고 난 후 경기가 잘 풀린다”며 하의스타일을 고수할 뜻을 전했지만 이날은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바지를 입었다.
결국 이날 SK전에서 주키치는 7⅔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배, 팀의 8-1 승리를 이끌며 6연패 탈출의 선봉장이 됐다. 주무기 컷패스트볼을 SK 타자들 몸쪽에 예리하게 구사하는 한편 평소보다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려 상대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 득점권에 주자를 놓은 게 세 번 밖에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내용이었다. 연패 탈출을 위한 남다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경기 후 주키치는 “팀도 연패였고 개인적으로도 2연패였다. 팀의 연패가 내가 부진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지 스타일도 바꾸고 각오도 다졌다”면서 “연패 탈출에 도움이 돼서 기쁘다. 앞으로 나가는 경기마다 팀이 승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승리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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