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김희준 기자 = 지난 28일 5연패 중이었던 LG 트윈스 선수들은 단체로 머리를 빡빡 밀었다.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삭발 당일 LG는 잠실 KIA전에서 8-13으로 패배했다.
다음 날인 29일 LG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벌어진 문학구장. 3루 덕아웃에는 머리를 스님처럼 밀어버린 파란 눈의 외국인이 나타났다. 28일에는 머리를 밀지 않았던 LG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30)였다.
동료들이 단체로 머리를 밀자 주키치도 스스로 삭발을 하고 나타난 것. 이를 본 LG 김기태(43) 감독은 "너까지 왜 이러느냐"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팀을 먼저 생각하는 주키치가 고마운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30일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던 주키치는 "선수단 단체행동에 동참하려는 의미에서 잘랐다. 이럴 때일수록 더 뭉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오늘도 패한다면 반드시 내 손으로 연패를 끊겠다. 완투도 하겠다"고 의지를 불살랐다.
29일 경기는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돼 LG는 30일 문학 SK전을 앞두고도 6연패 중이었다.
올 시즌 LG의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주키치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날까지 15경기에 등판한 주키치는 한 경기를 제외한 1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찍으며 LG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난 2번의 등판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19일 한화전에서 7이닝 동안 5피안타(1홈런) 3실점을 기록하고도 패전의 멍에를 썼고, 지난 24일 롯데전에서도 6⅓이닝 8피안타 3실점을 기록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팀의 위기 때 이날 선발로 나선 주키치는 호투를 선보이며 지난 2차례 등판에서 남긴 아쉬움을 씻어냈다. 또 팀의 연패를 끊으며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주키치는 7⅔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쳐 LG의 8-1 승리에 앞장섰다. 이날 호투로 시즌 9승째(2패)를 수확한 주키치는 장원삼(삼성), 더스틴 니퍼트(두산)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114개의 공을 뿌리며 역투를 펼친 주키치는 72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고, 삼진을 무려 8개나 솎아냈다. 볼넷은 3개만을 내줬다.
주키치는 시속 140km 초반대의 직구에 컷패스트볼을 주무기 삼아 SK 타선을 요리했다. 여기에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던졌다. 특히 주키치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컷패스트볼에 SK 타자들은 좀처럼 손을 대지 못했다.
1회말을 삼자범퇴로 끝낸 주키치는 2회초 타선이 무려 4점을 뽑아줘 어깨가 가벼워졌다.
2회도 큰 위기없이 마친 주키치는 3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박경완을 삼진으로 잡으며 3회를 시작한 주키치는 김성현에게 볼넷을 내준 뒤 폭투를 던져 1사 3루를 만들었다.
정근우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한 주키치는 임훈에게 볼넷을 헌납, 2사 1,3루의 위기에 몰렸다. 이어 최정을 상대한 주키치는 볼카운트 2S 2B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 삼진을 솎아냈다.
주키치는 이후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며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주키치는 "연패에서 탈출하는 승리를 따내게 됐다. 팀에 도움이 돼서 기쁘다. 집중해서 던지느라 탈삼진을 8개나 잡은 것도 몰랐다"며 "항상 긴 이닝을 던지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더 던지고 싶었는데 코칭스태프의 결정을 따랐다"고 전했다.
주키치는 "머리를 밀었고 해서 바지도 다시 단을 내려 입었다. 새로운 기분으로 던지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선 주키치는 "승수는 중요하지 않다. 나가는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팀이 4강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김 감독은 "연패를 끊고자 선수들이 집중해줘서 고맙다. 6월 한달간 선수들이 정말 고생 많았다"고 칭찬했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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